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월 24일(현지시간)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3D 가족영화 ‘휴고’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총 11개 부문에 올라 최다 후보작으로 기록됐고, 프랑스 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의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문제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작 리스트에서 여성이나 유색인종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성 감독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부문은 애니메이션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쿵푸팬더 2’의 여인영 감독과 외국어영화상, 단편영화와 단편 다큐멘터리 정도가 고작이다.
영화의 내용면에서 보아도 흑인 가정부의 시선으로 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을 바라본 ‘헬프’를 제외하면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영화 관객의 50% 이상이 여성이고 인종적으로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카데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성 뉴스 블로그 ‘비치매거진’은 “명단에 지나치게 자주 등장한 백인 남성들이 돌아가며 상을 받아간 아카데미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그리 놀랍지도 않은 결과”라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며 “하지만 지난해 ‘파리아’나 ‘어바웃 캐빈’ 등 수많은 여성과 유색인종 영화인들이 보여준 성과를 고려해볼 때 작품상 후보 9개 작품 중 한 명이라도 포함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비치매거진은 또한 “항상 후보에 오르는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우디 앨런은 백인 남성들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판타지 팀’”이라며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의 사진을 싣고 “이 사진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사진이지만 어떤 시상식에도 자료 사진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진 설명을 달아 소수의 영화인들이 독점한 영화상 시상식을 비꼬기도 했다.
여성 영화인을 위한 뉴스 블로그 ‘핫 핑크 펜’은 ‘오스카 충격 차트’를 만들어 실으며 시상식의 편향성을 비판했다. 표에 따르면 후보 리스트에서 여성의 이름이 등장한 경우는 총 7번으로 전체의 2010년(24.4%), 2011년(17.8%)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인 15.99%를 기록했다. 또한 ‘여성과 할리우드’ 사이트는 ‘왜 오스카는 우울한가?’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통해 이번 명단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여성들이 작성한 ‘자체적인 후보자 명단’도 눈길을 끌었다. 페미니즘 블로그 ‘캐논볼’은 지난해에 이어 ‘오스카 후보에 포함될 만한 영화 5편’을 선정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자신의 믿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린 ‘하이어 그라운드’(감독 베라 파미가), 미셀 윌리엄스 감독의 여성주의 웨스턴 ‘믹의 지름길’, 애증관계의 모자지간을 그린 ‘어바웃 캐빈’(감독 린 램지),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17세 흑인 레즈비언의 이야기 ‘파리아’(감독 디 리스), 배우 출신 감독 조디 포스터의 감동 드라마 ‘비버’가 이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