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욱 새로 나온 책 ‘그녀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사랑했다’가 반갑다. 책에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세상에 도전한 12인의 여성 작가들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황진이는 기생이었지만 양반들과 지우(知友)로서 당당히 자신을 드러냈고, 조르주 상드는 프랑스 최초로 이혼 소송을 벌였다. 조지 엘리어트는 빅토리아 시대에 유부남과 동거하며 스캔들을 일으켰고, 나혜석은 ‘모된 감상기’와 ‘이혼 고백장’으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불합리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히구치 이치요는 가부장적인 일본 사회에서 최초로 여성 직업작가가 됐으며, 딩링은 혁명투사로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죽을 때까지 문학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
책에 수록된 여성 작가들의 삶은 그 누구보다도 치열했고 드라마틱했다. 그녀들이 위대한 이유는 억압받아서가 아니라 억압을 떨치고 행동하고 도전했기 때문이다.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삶을 개척한 동서양 여성 작가들의 삶은 ‘위대한 여성’이라기보다는 ‘열정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책을 낸 권오숙(한국외대), 안정심(덕성여대), 박혜숙(연세대 인문학연구원) 등의 학자는 한국·서양·동양 문학 학자들이 모여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소모임인 ‘열린문학연구회’의 회원들이다. 2010년 시작된 이 모임은 앞으로도 학술적 연구의 울타리를 넘어 일반 대중을 위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문학 이야기를 계속 책으로 엮어갈 계획이다.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knh08@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