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인권위에서 일한 인권 전문가
“적극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터”

“‘도가니 사건’ 같은 극악무도한 성범죄에는 공분하면서도 여전히 일상에 만연한 성폭력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

백미순(46·사진) 신임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3년간 상담소를 이끌어 온 이윤상 전 소장의 뒤를 이어 지난 1월 31일 새 소장으로 취임했다. 상담소 초대 소장인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권유로 지난해 9월 상담소에 영입된 백 소장은 인권위에서 10년간 일한 인권 전문가다. 그는 2010년 9월 현병철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비판 기능을 상실한 인권위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인권위를 떠났다. 여성유권자연맹과 참여연대 등에서도 일했다. 상담소 안팎에서는 새 인물인 백 소장이 반성폭력운동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 소장은 일상적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 가운데 근친이나 직장 동료 등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가장 많았다. 그만큼 일상에서의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 신고율은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참거나 신고 대신 합의를 하기 때문이다. 백 소장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피해자로 하여금 오히려 신고에 두려움을 갖게 하고 어렵게 신고를 하더라도 현행 법 체계에서는 기소율과 유죄율도 낮다”고 지적한다. 

가령 남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형법의 ‘삽입’과 ‘부녀’라는 조항으로 인해 강간의 대상이 여성만으로 한정된다. 당사자 합의가 있으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도 문제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끈질기게 회유하고 심하면 스토킹과 협박까지 일삼는다.

3년의 임기 동안 백 소장은 2차 피해와 재범률을 높이는 잘못된 법체계 정비와 사법부의 인식 변화를 위한 판례 분석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달빛시위’ ‘말하기 대회’ 등 피해자들이 사건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밝힐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새로운 운동도 구상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성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공유도 시도하고 단체활동가들의 역량 강화와 중견 활동가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백 소장은 “큰 사건이 터지면 성숙하게 따져보고 실효성을 따져보기 전에 법 개정을 하면서 오히려 법 개정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더라도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성찰하면서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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