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재가동 막는 후쿠시마 엄마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많은 여성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핵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됐다. 핵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핵무기 폭발이나 핵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피폭은 인명 피해, 환경오염, 경제 악화 등 인간과 자연을 가공할 정도로 파괴할 수 있다. 방사능 피폭은 그 결과가 즉시 나타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적어도 수년 후, 보통은 수십 년 후, 혹은 다음 세대에 나타날 수 있다. 일본 원자폭탄 피폭 생존자와 체르노빌 사고 희생자 중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성인에 비해 암이 현저히 많이 발생했다. 후쿠시마의 경우 모유와 아이들의 소변에서 방사능 물질이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 탈(脫) 원전 정책을 선언했다. 일본도 54기 중 현재 4기만 가동 중이다. 50기는 점검을 위해 멈춰 있고 남아 있는 4기도 정기 점검을 위해 5월 운전을 중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11월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확정하면서 후쿠시마 사고를 ‘도약의 기회’로 보고 전력 중 핵에너지 비중을 현재 35%에서 2030년까지 59%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게 아니라 일본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회의도 원자력 발전의 재기를 위한 기회로 본다. 47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할 예정인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와 이 회의의 부대행사인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에서 핵에너지의 평화적인 이용-핵발전소의 이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이후 핵에너지 감소라는 여성들의 요구와 상반된다.

핵과 방사능의 안전 문제는 지금까지 원자력을 진흥시켜 온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이후 많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조직했다. 특히 엄마들이 시작한 부모 모임이 많다. 이 모임에서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설정한 방사능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방사능 수준을 측정하고 안전한 학교 급식을 요구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후쿠시마 엄마들은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기 위해 경제산업성 앞에서 평화적인 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핵문제는 현재 일상생활의 문제이며 미래세대의 문제다. 우리 사회를 핵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정부의 정책 전환과 함께 여성들의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 세계 5위의 핵발전국인 한국은 전기절약, 효율개선, 재생가능 에너지를 결합해 핵에너지로부터 독립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여성들 역시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한다면 얼마든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를 줄여 핵발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고, 맘 편히 호흡할 수 있고,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핵은 NO”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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