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품화” VS “뒷담화 방송의 자유” 쟁점으로 토론 활발해

BBK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됐다. 석방운동을 하던 나꼼수 여성팬의 비키니 방식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진보진영 내의 뿌리깊은 '마초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표현이라는 쟁점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메일과 SNS 등을 통해 의견을 물었다.(편집자 주)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을 석방하라는 요구가 SNS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지난 1월 20일 정 전 의원 구명 홈페이지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에 한 여성이 ‘1인시위 인증샷’을 올렸다. 비키니 차림으로 가슴에는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이 올라온 후, 나꼼수 패널들의 발언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뒷담화 방송에 대한 경직된 반응’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21일 방송에서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27일에는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정봉주 전 의원 면회를 위한 접견 민원인 신청서를 찍은 것이다. 이 신청서에는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28일 작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나의 입장은 수꼴들이, 그리고 마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그 방식으로 여성의 성징을 드러내는 석방운동을 개인적으로 아직도 반대한다. 그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꼼수’팀과는 분명히 의견을 달리한다”며 “나꼼수의 비키니 가슴시위 사건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꼼수에 대한 나의 지지는 변함이 없다”라는 말도 남겼다. 논쟁이 뜨겁다. 포항에 사는 이삭(30)씨는 “실수는 맞지만 왜 이것이 논란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여성의 입장에서 기분 나쁜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정봉주를 회화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정봉주를 놀림으로써 코미디는 완성된다. 기본적으로 나꼼수는 풍자와 해학을 모토로 하는 지저분한 인터넷 방송”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정주(40)씨는 “여성의 응원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주진우 기자의 리트윗 의견은 욕먹을 만하다. 개인적인 감상을 가볍게 공유한 것은 경솔한 짓이다. 나꼼수 자체가 뒷담화하는 형식이지만 그게 밖으로 나올 때는 조심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도 생각된다. 여초 카페에서도 남자 아이돌을 보고 만만치 않게 표현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밖으로 나와서가 문제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주현(35)씨는 “나꼼수를 들을 땐 간단히 웃고 넘어갈 성인들끼리의 농담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성적으로 몰아서 큰일인 것처럼 기사들이 쏟아져 나와서 더 그렇게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정엽(21)씨는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다. 하지만 나꼼수 진행자들이 말한 내용은 비판한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키고 성적인 존재로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미영(32)씨는 “주진우 기자의 행동은 적정한 선을 넘어섰다. 언론사 기자가 자신의 발언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생 김푸른솔씨는 “비키니 응원이 자발적 성격도 있지만 나꼼수 몇몇 패널과 응원 사진들에 대해 노골적인 성적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여성을 상품화하는 지금의 사회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재생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제의식의 유무 차이다. 경색되고 예민한 문제로 취급될 수 있다. 문제제기 자체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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