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사과와 후속조치가 필요한 이유

지난 주 가장 뜨거운 이슈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파문이 확산됐는데요, 고 의원은 지난 8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2008년 7·3 한나라당 전당대회 며칠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노란 서류봉투가 전달됐고,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고 의원은 “전당대회 다음날 돈 봉투를 되돌려줬다”고 진술했지만 돈 봉투 파문은 이후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 - MB정권 전체의 도덕성 문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고승덕 의원 사무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하도록 지시한 인물은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조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는데요, 조만간 조씨를 포함해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인사들을 소환조사 할 방침입니다. 돈 봉투 파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박희태 국회의장 쪽으로 범위가 좁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전국적으로 돈이 뿌려진 정황을 보여주는, 박희태 후보 캠프의 내부 문건을 언론들이 입수해서 보도한 데 이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박희태 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파문이 ‘친이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인물들이은 모두 ‘친이계’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박희태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 대표로 선출됐죠. 대표적 ‘친이계’ 인사로 꼽힙니다.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름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김 수석은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당 대표 후보였던 박희태 국회의장 측에 돈 봉투를 돌려준 뒤 고 의원에게 전화한 캠프 측 인사로 지목됐습니다. 김효재 수석은 ‘친이 직계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인 안병용 씨도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언씨는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후보 측의 서울 및 원외 조직을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안씨는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을 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이재오계이면서 ‘친이 마당발’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박희태’ ‘이재오’ ‘김효재’ ‘안병용’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모두 ‘친이계’라는 사실입니다. 검찰 수사가 ‘친이계 핵심’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돈 봉투 파문 - 친이계를 제거하려는 친박세력의 노림수? 물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도 ‘돈 선거’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박근혜 위원장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계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도 돈 선거였다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한나라당 비대위 움직임은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의 돈 선거 의혹은 철저한 조사를 외치고 있는 반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의 돈 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실제 현금 300만원 돈 봉투를 받았다고 고승덕 의원이 폭로했을 때 한나라 비대위는 즉각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의 경우 분명한 선을 긋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안임에도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번 ‘돈 봉투 파문’이 정치권이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돈 봉투’ 파문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강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정치권 쇄신 요구로 이어지면서 총선 전 여야의 ‘공천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이냐 -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친박세력’의 노림수라든가 권력투쟁적인 요소가 있다는 건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죠. 청와대가 돈 봉투 파문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이유 그런 점에서 언론에 의해 제대로 주목을 못받고 있지만 저는 청와대 책임도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2008년 전당대회가 과열 양상을 보였는데 여기엔 청와대에 포진한 이른바 MB맨들이 ‘박희태 대표 만들기’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의 근원을 따지고 올라가면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청와대가 박희태 전 의원을 무리하게 당 대표 자리에 앉히려고 하면서 ‘돈봉투 살포’와 같은 비리가 발생했다는 얘기죠. 청와대가 ‘돈봉투 전당대회’와 관련해 책임 있는 해명과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돈 봉투 파문은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닌 MB정부 전체의 도덕성 문제라는 걸 명심하시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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