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지율이 강세였어도 이렇게 했을까

MBC 기자들이 성명을 냈습니다. 그동안 ‘침묵과 편파·왜곡을 일삼은 MBC뉴스 추락을 처절히 반성’하면서 ‘시청자에게 사죄를 드린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자들의 총의를 모은 결과라고 합니다. MBC 기자들의 이 같은 결의는 각종 언론을 통해서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MBC 기자들은 ‘뉴스추락’ 책임을 물어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만약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를 포함한 강경한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MBC 기자들의 자성과 결의가 조금 늦긴 했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 아주 많이 늦었지만 ‘반성과 자정 그리고 쇄신’을 결의하는 당사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요. 아직 진정성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늦게나마 MBC뉴스 추락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쇄신에 나선 기자들의 결의는 일단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추락하는 MBC뉴스에 대한 기자들의 자성, 일단 박수는 보내지만 … MBC기자회(회장 박성호) 성명에도 나와 있지만 그동안 MBC뉴스는 추락의 연속이었습니다. 한번 볼까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장관 인사청문회 의혹 축소 보도 △KBS 도청 의혹 부실보도 △PD수첩 대법원 판결 왜곡 보도 △MB 내곡동 사저 편파 보도 △10.26 재보선 불공정 편파 보도 △한미 FTA 반대 집회 누락 및 편파 보도 △미국 법원의 BBK 판결문 특종 홀대 △ 김문수 경기지사의 119 논란 외면 등등. 한 마디로 말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일일이 거론하면 일주일을 꼬박 세워도 시간이 모자랄 겁니다. 그만큼 MBC 뉴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친정권·반시민적’ 보도를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BC기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늦게나마 인식하고 ‘보도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마냥 지지를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시기상 너무 늦은 데다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기자 스스로의 반성과 성찰’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파행과 왜곡보도 … 모든 것이 MBC 간부들의 책임인가 ‘제대로 된 보도를 하겠다’고 결의하는데 왜 시기를 문제 삼는 것이냐 - 이렇게 반론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안하지만 ‘시기’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이 기회주의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따질 수 있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MBC 기자들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바로 시기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아주 높고,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상승세였다면 MBC기자들 성명서가 나올 수 있었을까? 누리꾼들의 비판적인 여론은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MBC기자들 성명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는 건,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성명서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MBC기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사회적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꿈틀거림’은 이미 지난 2010년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MBC기자들은 이 기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의 ‘꿈틀거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관성적으로’ 뉴스 제작을 해왔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많은 언론들이 한나라당 문제점을 집중보도하고 있죠.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가깝게는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직후부터 쇄신이니 재창당이니 하는 단어들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변화의 몸부림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MBC는 과연 이 시기 내부에서 그런 문제제기가 있었을까요. 물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어도 일선 기자들끼리 그런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런 정도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현재 MBC 뉴스의 파행과 왜곡보도의 책임으로부터 기자들을 자유롭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모든 것을 MBC 간부들의 책임으로 전가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MBC가 과연 한나라당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MBC 기자들의 성명을 보며 제가 아쉬운 점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MBC 기자들은 성명서의 상당 부분을 간부들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쪽에 비중을 두더군요. 기자들 스스로의 반성과 책임을 느끼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부분이 전부입니다. “부끄러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총선과 대선이라는 보도의 공정성이 한층 더 요구되는 새해를 맞아 MBC 기자들은 처절하게 반성한다. ‘공정방송, 인권존중, 보도의 자율과 독립’을 명시한 공영방송 MBC의 방송 강령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과 시청자에게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MBC 방송강령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 글쎄요 …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약간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표현은 ‘MBC 간부 및 경영진=악’ ‘MBC기자=핍박받는 언론인’이라는 전제를 한 상태에서만 나올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MBC 기자들이 누리꾼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이 MBC에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구나 - 저는 MBC 기자회 성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고, 여전히 MBC의 갈 길이 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 MBC기자들이 MBC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여론과 평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일부 누리꾼들의 ‘생생한 의견’을 전달해주려고 합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MBC기자들 성명에 대한 누리꾼들의 ‘혹독한 비판’이 의미하는 것 “MBC기자들 미디어법 날치기 막아달라고 파업할 때 국민들과 누리꾼들 파업 엄청나게 지지해줬지? 그런데 니들은 국민들 뒤통수 제대로 갈겼지? 니들이 지난 4년간 해온 게 뭔지 아냐? 가카 하고 쪼인트 맞은 재처리한테 아부하는 것 아니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총선에 정권교체 될 것 같으니 또 파업할 테니 도와달라고? 그런데 어쩌냐 버스 떠났는디” “주둥이 웅켜 쥐고 저쪽으로 빠져있어라. 너희들 요즘 뉴스는 너희들이 기자이기를 포기했다는 증거다. 권력 빨아대기에 열중하다 여론에 몰린다싶으면 톡 튀어나와서 떠는 지롤, 이제 더 안 먹힌다. 주구장창 윗대가리 넘들 핑계만 대면서 너희들이 제자리 찾기에서 무슨 고민한 흔적을 보였니?” “MBC의 미디어렙 보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군요. MBC의 미디어렙 보도는 조폭언론의 본보기였습니다. 조중동 종편도 아직까지는 이렇게 보도하지는 않죠. MBC노조의 미디어렙 보도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미디어렙 보도를 한 기자들은 또 뭔가요.” “뭐 새삼스럽게 호들갑? 국민들이 당신들 뉴스 시청 포기한지가 꽤 오랜데. 이제 서야 야단 법석이지, 처음엔 화도 났지만 포기하니까 기분이 짱 ~~? 국민 홀대 배신 방송이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후려내는지 알기나 하나” 이런 여론이 의미하는 게 뭘까요. 많은 사람들이 MBC 기자들의 성명서 발표를 ‘기회주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MB정권 레임덕이 두드러지고 한나라당 몰락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성명서 누가 못 내냐’라는 힐난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리는 듯한 책임회피적 성명’에 분노와 질타의 의미가 강하게 반영돼 있는 게 아닐까요. MBC기자들 성명에 대한 누리꾼들의 ‘혹독한 비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자들이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걸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서는 현재 ‘MBC뉴스가 처한 위기’는 장기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까지 떨어졌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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