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잃는 것을 가르치자
폭력으로 잃는 것을 가르치자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2.01.06 11:27
  • 수정 2012-01-06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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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난나
학교폭력으로 나라가 온통 난리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년 연설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를 강력하게 표명했는데, 아마 그 연설을 듣는 누구도 대통령까지 나섰으니 “학교폭력 근절되겠구나”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의지를 밝힌 대통령과 총리, 장관과 교육감, 검찰·경찰 총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들 노력했는데도 학교폭력은 왜 여전히 상존하는가. 아니 왜 이렇게 더 기승을 부리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을 계기로 묘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경험으로 비춰보건대 이번에도 학교폭력의 본질에 주목하기보다 관료적 편의에 따라 전시적이고 홍보성 강한 ‘단속과 신고 그리고 처벌의 강화’로 또 귀결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본질은 끝없이 솟아 나오는 샘물과도 같다. 아무리 퍼내도 계속 나오는 샘물처럼 학교폭력은 신고와 단속과 처벌이 아무리 강화돼도 계속 터진다. 일반 범죄는 손익계산을 통해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되면 발생하기 때문에, 신고와 단속 처벌이 강화되면 줄어드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본질적으로 재미와 호기심 그리고 영웅심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 신고, 단속, 처벌의 강화와 무관하게 늘 발생한다.

따라서 사춘기 시기의 재미와 호기심과 영웅심리는 그들의 본질적 특성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신고와 단속 처벌 강화로 근절하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폭력이라는 통로로 달구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퍼내고 틀어막아도 샘물은 여전히 흘러나오듯이 재미와 호기심 그리고 영웅심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머리와 가슴으로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동급생을 괴롭혀 이게 충족되면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과 죄의식과 불안 없이 재미를 추구한다.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이 전형적인 예다. 만약 그런 재미가 음악으로 꽂히면 서태지처럼 되는 것이고, 춤으로 꽂히면 비보이 이동훈처럼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주된 온상은 이제 중학교 2학년 시기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학교폭력은 고등학교에서 주로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학교폭력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고1까지 정상분포를 이루며 발생하는데, 중2 시기가 그 피크다. 요즘의 중학교 폭력은 고등학교 시기의 학교폭력과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더 잔인하고, 더 가혹하며, 더 복합적이고, 더 집단적이며, 더 낮은 죄의식이 작용한다.  

왜 그럴까. 고등학교 시기에는 학교폭력이 그래도 손익계산, 즉 “죽게까지 괴롭히면 나도 손해”라는 계산하에 이뤄지곤 하지만, 중학교 시기의 폭력은 손익계산을 압도한 채로 발생하기 때문에 ‘죽게까지’ 괴롭히면서도 불안감이나 죄의식을 못 느낀다. 재미가 그런 불안감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력 이후 결과에 대한 손익계산을 못하는 중학교 시기의 폭력이 더 가혹하고, 잔인하게 치닫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신고강화, 단속강화, 처벌강화의 세 가지 전통적 대처 방식으로만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찬 과제다. 임시 대응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근원책은 아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재미, 호기심, 영웅심리를 생산적이고 자아실현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문화적 생태환경을 매력적으로 조성하는 일이다. 폭력을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유도하는 생태적 단서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 실상 이 과제는 대통령이 결심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과제이기도 하다.

정서가 미성숙하고 판단능력이 부족한 중학생들에게 폭력으로 얻고 잃을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볼 줄 아는 삶의 손익계산 능력도 가르쳐줘야 한다. 이 손익계산이 안 되는 아이들일수록 맹목적으로 폭력에 매달린다. 이 능력이 발달한 고등학교에서는 폭력이 대폭 줄고 있다. 시도해 봄직한 예방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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