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한나라당
벼랑 끝에 선 한나라당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08.07 17:53
  • 수정 2015-08-07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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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추락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에 이어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연루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 사건까지 터졌지만 당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의 끝없는 추락은 당의 위기이자, 보수의 위기이고, 동시에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의 위기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계파나 의원별 이해관계에 따라 홍준표 퇴진론, 박근혜 등판론, 재창당론, 탈당·분당론 등이 난무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당이 이렇게 된 것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를 전횡한 이상득·이재오 의원, 대통령에게 협조와 비판을 하지 않고 외면만 해온 박근혜 전 대표, 언행을 진중하게 하지 못한 홍준표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오늘날 한나라당의 위기는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의 잘못된 행보보다는 그 원인이 훨씬 포괄적이고 다층적이다.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한나라당이 왜 재집권을 해야 하는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사회가 만들어 지는지와 같은 한나라당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위기 때마다 당을 깨고 부수면 정당정치의 발전이 힘들어진다. 통합, 화합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홍준표 대표도 7일 의원총회에서 ‘정책쇄신→공천개혁→당헌·당규 개정→재창당’의 ‘쇄신 로드맵’을 밝혔다. 이런 홍 대표의 쇄신 구상은 1996년 신한국당 창당 모델과 유사하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당인 민자당은 5·6공의 흔적이 강한 당명을 버리고 199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으로 개명했다.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등의 신진 인사들과 당시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이회창과 박찬종도 영입했다.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면서 신한국당은 1996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됐다.

향후 한나라당은 홍준표-박근혜 주류 연대를 유지하면서 질서 있는 재창당의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보수 대통합을 위한 외부 세력과의 결합을 추진할 개연성이 크다. 이런 한나라당 재창당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천하의 인재를 모아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통해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인적 쇄신뿐만 아니라 당 운영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 정당들은 지나치게 비대화돼 있다. 국회의 보조기구에 불과해야 할 중앙당이 오히려 국회와 국회의원위에 군림하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국정치를 국민이 외면하고 불신하는 이유는 정당의 힘이 압도적으로 세기 때문이다. 대화와 토론의 정치가 실종되고 양보와 타협의 전통, 관행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압도하는 정당의 위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극대화되어 실질적인 당내 민주화가 이뤄지도록 정당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더 이상 계파 정치가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실시한 KCN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싫어하는 정당에 대해 한나라당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56.3%, 민주당은 28.0%였다. 한편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기 때문에’(25.9%)와 ‘친이·친박 간에 싸움만 하기 때문에’(21.7%)가 가장 많이 지적됐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등판론’은 필연적으로 친박의 강화로 연결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쇄신책은 아니다. 특정 인물에만 의존하는 권위주의적 정당은 쇄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어쨌든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은 지극히 냉정하고 예리하게 이를 지켜보고 평가해서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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