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기여할 여성 교육·고용 기회 늘려야
특별 세션서 양성평등 통계 관리 중요성 강조
HLF-4의 가장 큰 특징이자 변화는 양성평등에 대한 특별 세션이 개막식에 이어 전체회의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 특별세션은 유엔여성(UN Women)의 미셸 바첼렛 대표에 의해 진행됐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개회 연설이 있었다.
양성평등 특별세션에서 힐러리 장관은 에지(EDGE: Evidence and Data for Gender Equality)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며 양성평등을 위한 통계와 통계치의 추적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개발을 논하는 OECD는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입장을 갖는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경제참여나 양성평등이라는 이슈조차 경제성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힐러리 장관의 연설을 해석하자면, 여성은 이미 경제성장에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시장경제에 더 많이 참여하기 위해 여성과 여아에 대한 교육 기회와 고용 기회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연설의 초점은 양성평등에 있다기보다 시장경제에 기여할 노동인력으로서의 여성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힐러리 국무장관의 연설에 힘입어 HLF-4에서 양성평등 이슈가 부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HLF-4에 힐러리 장관이 온다는 것과 양성평등 특별세션이 구성될 것이라는 소문은 개최 수개월 전부터 있었으나 정작 양성평등 특별세션에서 논의될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미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 세션이 한국과 미국 정부의 주도로 기획됐다지만, 국내 여성정책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HLF-4가 열리고 나서야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힐러리 장관의 발표 내용이 시민사회와 합의 없이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성평등 자체를 목적으로 한 연설이었다면 비록 뒤늦게 내용을 듣게 된 시민사회가 반대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특별세션이 다른 세션에 비해 짧은 시간을 배정받았다는 점, 세션 구성은 거시적 차원의 양성평등을 논의하기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 내용이 짜여졌다는 점, 힐러리 장관의 연설이 다른 발표자들의 내용과 연계점 없이 발표됐고, 바쁜 일정 때문에 자신의 연설만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는 점 등은 이 세션을 크게 기대한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언론은 역시 거물급 인사인 힐러리 장관의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놓치지 않고, 연일 반복해 HLF-4에서 양성평등 이슈가 크게 부각됐다고 보도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거물급 정치인이 언급했다고 해서, 양성평등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제 HLF에 이어 포스트-부산 체제에 대한 논의가 펼쳐질 것이다. 올해 OECD는 창립 50주년을 맞았고, 양성평등을 그 자체의 목적으로 간주하는 유엔여성이 올해 창립됐다.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의 역할과 이를 지켜보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