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원의 성인지성 절대수준에 못 미쳐
-헌정사상 최다 의석을 확보해 기대를 모았던 18대 국회 여성 의원 45명이 받아든 지난 3년간 성인지적 의정 활동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전체 의원 중 여성이 15%를 차지하면서 이전보다 대정부 질문 기회가 늘고, 각 상임위원회마다 평균 3~4명의 여성 의원들이 배정되는 등 입지는 넓어졌지만 여성 입장을 대변하고 성평등에 앞장서야 하는 책무에는 다소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의원들의 발언(말)을 통해 본 ‘의정활동의 성인지성’에 대한 최초의 분석이라는 것이다. 의정활동 전반의 종합평가가 아닌 여성 의원들의 성평등 의식에 초점을 맞춘 평가다.
-여성의원들은 특히 여성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여성 의원들을 ‘젠더 마이크’로 선정해 격려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여성정책연구원 등에서는 국회의원의 여성 관련 법안 발의를 중심으로 성인지성을 평가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는 양적 조사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이 있다.
-전체적인 결과를 보니 최고 점수를 받은 국회의원도 100점으로 환산하니 75점 정도다. 심지어 0점을 받은 여성 국회의원도 거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국회의원들마다 정책보고서를 얼마나 냈느냐가 의정활동의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같은 사안을 놓고도 쪼개기 보고서를 낸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의정질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누군가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는 면에서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다. 이것이 결국 유권자 운동인 것이다.
-여성을 위한 발언은 많이 했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여야가 대립하거나 몸싸움할 때 지나치게 폭력적 행동을 한다든지 하는 반여성적인 태도에 대한 평가도 필요한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있다.
-분명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비언어적인 평가는 이번 조사의 범위에는 들지 않아 평가하지 않았다.
비여성가족위에서도 양성평등 위한 어젠다 다뤄야
-정당별 분포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여성 국회의원이 많다. 이것은 민주당과 소수정당이 여성 국회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거대 담론 중심의 논의와 주장을 해오면서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 할 여성 이슈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여성 관련 질의가 하나도 없었던 기획재정위원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 운영위원회, 정무위원회, 정보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등 7개의 위원회도 문제다.
-여성위원회는 당연히 여성 관련 이슈를 다뤄야 하므로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베스트5, 비여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베스트 10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비여성가족위원회에 속한 여성 의원들은 여성가족위원회 여성 의원과 같은 심정으로 여성권익과 양성평등을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성을 대변해야 하는 것은 여성 국회의원들의 미션이다. 그것을 깨쳐야 한다.
다선, 인지도 높은 의원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실망
-전재희, 조배숙, 김영선, 추미애 의원 등 인지도 높은 여성 국회의원들이 ‘젠더 마이크’에 선정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베스트에 든 의원들 중에는 시민사회와 여성단체 등 운동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보인다. 앞으로 여성을 공천할 때는 젠더적 현장에서 일했는지 여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사실 성인지성에 대한 평가는 여성 의원들뿐만 아니라 남성 의원들도 함께 해야 한다. 남성 의원들 중에도 양성평등의식이 높고 여성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꽤 있다.
-매년 하자. 남성 의원들도 평가하자.
정교하고 표준화된 분석틀 만들어 평가 지속적으로 해야
-대정부 질문에서 기회가 왔는데도 여성 이슈에 대해 질의를 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었다.
-이 조사가 갖고 있는 함의가 크고, 처음 해본 시도이므로 다소 미흡한 점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다음에는 좀 더 정교하고 치밀한 분석틀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대정부 질문보다는 국정감사에 더 무게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만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위 그룹이라는 개념이다.
-여성 의원들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자기를 나타내야 한다는 것의 실질적 효과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얼마만큼 여성문제를 다루느냐를 홍보하는 정도의 효과가 아니겠느냐.
-여성문제는 당리당략을 떠나 함께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할당제 통해 선출된 비례대표 당연히 성인지성 높아야
-상위권 의원들을 보면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이 여성들을 위한 일을 소홀히 한다면 직무유기다. 당연히 성인지성이 높게 나와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 여성들을 위해 소신 발언을 한 여성 국회의원들에게 비판보다는 격려가 더 필요하다.
-그런데 정책 평가를 잘하는 의원들이 정작 지역구에서는 낙선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여성 의원들이 여성을 위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성 유권자 운동이 필요하다. 성평등 의식이 높고 정책평가 잘하는 의원들을 합당하게 지지해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