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트에서 3500만 건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후 넉 달이 지났다. 하지만 업체도, 정부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유출된 주민번호를 평생 사용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 11월 8일 주민번호 변경을 원하는 시민들이 주민번호 변경 소송을 제기했다.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어떤 여성은 가족이 납치당했으니 입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하고 수화기 건너편의 사기꾼에게 따져 물었더니 그의 반응이 이러했다. “당신 이름이 OO고, 주소가 OO지? 밤길 조심해!” 또 다른 이는 네이트 손해배상 소송에도 참가했지만 소액의 배상액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탄한다. 이미 유출된 주민번호가 자기도 모르게 사용되는 사이트가 수백 곳이라는 것이다. 뒤늦게 꼭 소송을 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온 이는 자기 주민번호를 도용한 사람 때문에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주민번호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몇몇 유출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행정서비스를 위해 도입됐다는 주민번호가 본래의 용도를 넘어 민간과 공공에 두루 사용되기 시작한 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군사독재정권이 국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이 주민등록제도 전반에 똬리를 틀고 있다. 주민번호, 주민등록, 국가신분증 그리고 지문날인이 모두 강제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지난해 정부는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주민번호와 지문을 전자칩에 넣어 보호하겠다는 것이 주요 명분이다.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주민번호에 대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은 정부가 새삼 주민번호를 보호하겠다며 전자주민증을 들이미는 상황이 어불성설이다.

현재 육안으로 식별되는 주민등록증의 개인 정보가 전자적 방식으로 내장되고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오히려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얼마 전 전자여권 발급 업체에서 92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찜찜한 이유는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의 주범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자주민증이 도입되면 정부가 또 다른 네이트 사태를 유발하는 당사자가 될 것이다. 정부는 자신을 믿으라고 하지만 그럴 근거는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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