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바뀌어야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 막는다
언론이 바뀌어야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 막는다
  • 민임동기 / 시사평론가
  • 승인 2011.11.14 11:22
  • 수정 2011-11-1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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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태가 언론에게 주는 교훈
11개월 넘게 끌어온 한진중공업 사태가 극적인 노사 합의를 이뤘습니다.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최종 타결을 위한 조합원 투표가 한때 무산되기도 했지만, 지난 10일 노조가 합의안을 가결하면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안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것은 정리해고자 94명을 복직한다는 대목입니다. 노사합의서 체결일로부터 1년 안에 재취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재취업 때 이전에 근무한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한다는 데에도 노사가 합의를 했습니다. 한진중공업 노사가 극단적인 갈등 양상까지 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정리해고자 94명의 생계비 2000만원을 내년 11월까지 지급한다는 부분 그리고 노사간 민형사 고소와 고발 및 진정을 모두 취하하고 손해배상청구도 최소화한다는 데에도 의견접근을 이뤘습니다. 물론 이번 합의안에 대해 일부 노동계와 해고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100% 만족스런 합의안이라는 건 존재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어찌 됐든 이번 노사 합의를 계기로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 수순을 밟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한진중공업 노사합의는 이뤘지만 … 사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이렇게 주목받게 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개별기업에서 발생한 정리해고 문제일 뿐인데(?)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에서 발생한 정리해고가 이토록 사회적 관심을 받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도 아니었는데 ‘한진중공업 사태’는 역대 노동계 정리해고 사태와는 분명 ‘다른 대접’을 받았습니다. 한번 비교해 볼까요. 한진중공업 사태 이전에도 다른 기업에서 규모가 훨씬 큰 정리해고가 단행된 적이 있습니다. 1998년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8171명을 희망퇴직 시키고 277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엄청난 규모였죠. 대우자동차의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는 6000여명을 희망퇴직 시켰고, 1750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이 두 경우가 한진중공업 사태보다 정리해고 규모가 훨씬 컸음에도 당시 사회적 파장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노동환경이나 다른 조건 등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있습니다.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디어환경이 크게 변화됐다는 점입니다. 저는 미디어환경 변화, 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한진중공업 사태를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노동문제가 사회이슈로 부각되려면 언론 보도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언론이 보도를 적극적으로 하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지만, 언론이 외면하면 아무리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 해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어려웠습니다. 1998년 현대차나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언론의 침묵 때문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당시 노동계 정리해고 문제를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태도만 소극적이었던 게 아닙니다. 노동계에 대한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친자본 반노동’으로 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대다수 언론이 정리해고를 비롯한 노동관련 문제에 있어 ‘친자본 반노동’으로 일관했습니다. 기업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기사들은 넘쳐난 반면 노동계의 주장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여전한 주류언론의 ‘반노동 보도’ 사실 언론의 이런 ‘친자본 반노동’ 보도행태는 한진중공업 사태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진중공업 사태 때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활성화 되고 있었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한진중공업 사태를 외면했지만 SNS를 통해 시민들이 관련 내용을 알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영화배우 김여진 씨 등 이른바 소셜테이너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가 주의 깊게 살펴본 대목은 이 지점입니다. 현재 한진중공업 사태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회사가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야 노사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교훈도 남겼고, 해고회피 노력보다는 ‘인력감축’ 카드를 쉽게 꺼내든 사측의 경영방식에 대한 개선도 숙제로 남겼습니다. 이런 점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한진중공업 사태를 계기로 정리해고에 관한 사회적 합의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가장 좋은 건, 정리해고를 안하는 겁니다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기업들이 이걸 수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정리해고 회피절차를 명확히 하고, 해고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식의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무조건 정리해고를 막기보다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다양한 재취업 통로를 확보하고, 여기에 기업이 일정한 책임을 지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거죠.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가장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곳은 언론이라고 봅니다. 언론에게 남겨진 과제가 가장 크다는 얘기입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한진중공업 사태를 ‘왜곡보도’ 했던 대다수 언론은 사과는커녕 성찰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상황이나 변수에 따라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는 얼마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제2의 한진중공업·제2의 김진숙 막기 위해선 언론 보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노사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건 분명합니다.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재계의 관행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고, SNS를 통해서 노동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문화에도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물론 노사 합의안이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의혹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노사문화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근대적인 노사문화를 격상시키기 위해선 노사정 모두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죠. 하지만 언론의 노동관련 보도가 새롭게 바뀌지 않는다면 ‘한계’ 또한 분명합니다. 물론 언론의 ‘반노동 보도’가 여전했음에도 한진중공업 사태는 SNS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희망버스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 선거에서 여권이 잇달아 패배한 점,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조짐, 내년 총선과 대선 등을 앞두고 있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변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보수정권+자본권력+보수언론 연합세력’이 얼마든지 다른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SNS 영향력 때문에 이번 한진중공업 노사합의가 가능했다라고 단정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말입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309일 만에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면서 한진중공업 사태는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제2·3의 김진숙’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겨져 있습니다. 저는 ‘제2의 한진중공업·제2의 김진숙’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언론의 노동관련 보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보다 더 친기업적이고, 자본권력보다 더 자본논리를 강조하는 곳이 한국의 보수언론이기 때문입니다. 그 보수언론은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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