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 같은 자연 담은 그림 그려요”
‘굴뚝(공장)이 하나도 없다’는 지역 주민들 설명에 매료돼서 연고도 없는 경상북도 청송군에 3년 전 터를 잡고 작업활동에 매진해오고 있는 서양화가 허은숙(46·사진)씨. 그는 “나이 드신 홀아버지와 함께 나무 심고 밭 매고 산다. 도시의 번잡함을 떠나 그 어느 때보다 그림에 집중할 수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작가는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유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의 빛을 머금은 밝고 환한 색감은 강렬하고, 또 한편 한지를 덧붙여 도드라지게 표현한 점은 생생한 입체감과 함께 동양적인 정서까지 표현한다.
그는 “서양화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정감 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동양적인 소재를 이용해 보고자 노력했다”며 “박나무 등 여러 소재를 시도했는데 그중에서도 한지는 따뜻하고 아스라한 느낌을 줘 그림에 좋은 포인트가 된다”고 전했다.
사실 허은숙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만화가로 더 익숙하다. 소방방재청 의뢰를 받아 어린이 안전을 위한 만화책을 그리는 등 ‘안전교육’ 분야의 만화를 꾸준히 선보여온 것. 그는 “가정 형편상 미술 전공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은 접을 수 없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며 “생계를 위해 만화를 그리고 삽화작업을 해오면서도 항상 순수예술에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화에 대한 소신도 뚜렷하다. 허씨는 “어린 시절에 안전에 대한 의식을 키우면 어른이 돼서도 잊지 않는다”며 “안전교육 등 공익을 위한 분야에 만화의 빠른 전달력의 장점을 접목시키는 것이 항상 관심사였다”고 밝혔다.
이런 다양한 경력을 살려 최근에는 이경자 소설가가 여성신문에 연재 중인 ‘성옥이네 집은 어디인가’의 삽화작업도 하고 있다. 매회 유화, 일러스트, 만화 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 한 사람이 그렸다고 믿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효과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화려한 길을 좇지 않으시고 진정한 예술가로서 어려운 길을 택하고, 언제나 아프고 힘든 이를 돌아보는 이경자 선생님을 항상 존경해왔다”며 “앞으로도 독자들이 신문 지면을 접했을 때 ‘아 정말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시각적인 호기심을 주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