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성들만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고 여성의 군 진출은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로만 가능한 상황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이르면 여성도 일반 병사로 군대에 갈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2009년 11월 “2014년부터 사병들의 의무 복무기간이 6개월 단축돼, 2020년 이후 병역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그 대안 중 하나로 여성지원병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으며 2011년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여성들을 전투병이 아닌 기술직 쪽으로 배치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여성계 내에서는 성 평등적 측면에선 바람직하지만 군가산점제 도입을 위한 방편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여성들도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도록 허용하는 여성지원병제도,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직업 선택의 폭 넓어져…사회복무제 변화에 물꼬”
여성지원병제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측에서는 여성의 병역의무와 권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기회 균등’이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여성의 군 참여는 남성의 복무기간 단축과 사회복무제 등의 변화에도 물꼬를 틀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성만을 징병하는 현행 제도로 인해 여성과 남성이 모두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지원병제 도입은 여성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병역의무 수행 기회를 확대하는 점에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만 “남성은 의무군인인 데 반해 여성은 지원군인인 점에서 차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제도 도입에 앞서 설비, 복무기간, 조직 규모, 급료, 업무배치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목 국방대학교 교수도 “기회의 균등이 확산된다는 측면에서는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군에서 필요로 하는 유급 지원병 규모가 있기 때문에 예산 문제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도입을 시도하면 남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군 내 인권침해 문제부터 해결해야”
반대 측은 제도 도입이 오히려 병역 역차별을 가져올 수 있으며 봉급과 여군 전용 시설 마련을 위한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남성 병사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지원병제 도입을 빌미 삼아 군가산점제를 부활시키려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은 “남성은 의무인 데 반해 여성은 지원이라는 점에서 성 평등한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제도 도입이 군가산점제를 부활시키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도가 도입된다면 군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바꿔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성역할 구분으로 여성이 행정보조 업무 등 주변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여전히 군 내에서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과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고 현재도 여군들이 진급과 보직에서 차별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지원병제가 실시되면 더 많은 인권침해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여성지원병제 자체에 대한 깊은 논의는 필요하지만 군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지원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여성지원병제는 유휴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기회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여성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제도 도입에 앞서 유급 여성 지원병과 남성 의무병 간 급여 격차, 성별 통념에 의한 보직 배치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 제도 도입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숱한 문제를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