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당연한 미덕인가

 

영화 ‘오늘’의 한 장면.
영화 ‘오늘’의 한 장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나왔다.

영화 ‘오늘’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감독과 여배우가 만났다는 소식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톱스타 송혜교가 주연한 한국 영화계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여배우 원톱 주연 영화인 데다, 흥행과 평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보기 드문 여성 감독 이정향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용서’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선택한 탓일까, 2일 현재 개봉 2주차를 맞았지만 여러 화제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흥행 면에서 다소 약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영화를 본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실제관객평점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는 소식도 들린다.

영화는 약혼자를 죽게 만든 소년을 용서한 뒤 겪게 되는 다혜(송혜교)의 슬픔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 ‘착하게 살고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담담히 살아가던 그는 우연히 범인이 또 다른 살인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고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영화는 이로써 ‘죄 지은 자를 용서해 준다는 건 언제나 옳은 일일까’라는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강점은 ‘용서’라는 단어 안에 숨겨져 있던 가식과 잔인함을 직접적으로 파헤쳤다는 점이다. 피해자라면 당연히 가해자를 용서해야 하고, 그래야 피해자도 편해질 수 있다고 여기저기서 강요받는 현실이다.

‘내가 용서해준 탓에 또 한 명이 희생됐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다혜의 섬세한 감정표현도 돋보인다. 송혜교는 이 잔잔하고 엄숙한 영화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라는 평까지 듣고 있으니 흥행과 상관없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서’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등의 작위적인 장치는 조금 아쉽다.

관객들은 “용서는 자신과의 화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 “이정향 감독의 열정이 느껴진다. 스타 송혜교가 아닌 다혜에 녹아들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사형제도, 가정폭력, 가부장제의 폐해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폭넓게 지적한다. 주인공 다혜는 아버지의 심각한 폭력으로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지만과 함께 살게 되며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정향 감독은 다르지만 서로 같은 다혜와 지민을 통해 깊은 여운과 소통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용서가 당연한 미덕인 양 쉽게 용서를 강요하는 요즘, 영화는 진정한 용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다. 영화 ‘오늘’이 입소문을 타고 흥행 반전을 노려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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