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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허은숙 화백
갑자기 비행기가 쿵 소리를 내며 무엇에 부딪히더니 이내 와그르르 진동했다. 성옥은 깜짝 놀랐다. 마음은 아직 눈물 속에 갇혀 있고 아빠의 기미도 살에 닿는 느낌 그대로였다. 하지만 기내의 수선스러움은 점점 짙어졌다. 웅성거리는 말소리, 안전벨트가 풀리는 금속성, 휴대폰의 전원이 들어오는 소리, 선반이 열리는 소리, 짐이 아래로 내려오는 소리, 아랑곳없는 하품 소리 등.

암전 같은 몇 초가 지났다. 후쿠오카 공항이었다. 비행기 여행은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들어올 때 타보고 처음이었다. 성옥은 벌써 짐을 들고 메고 복도에 선 사람들을 보았다. 옆자리의 우아한 중년 여성도 이미 자리에서 일어서서 성옥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옥은 바닥에 뉘어놓았던 배낭을 꺼내 등에 멨다. 한동안 정체된 채 움직이지 못하던 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금방 빨라졌다. 성옥은 배낭의 어깨끈을 완강하게 붙잡고 걸어 나갔다.

공항 청사의 입국장 벽에 붙은 규슈의 관광지들, 온천과 민속 공연과 음식의 광고판을 보는 순간 또다시 성옥의 가슴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주기가 빠른 조울증 같았다. 누군지도 모를 이름들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은 충동이 불쑥 솟구치기도 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침착해야 한다고 성옥은 자신에게 타일렀다. 그러나 입국심사대 앞 대기자 줄에 섰을 때 불현듯 한마디 말이 떠올랐다. 시작은 이렇지 않았어.

성옥은 시작이 이렇지 않았다는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오래지 않아 발바닥을 그려놓은 그림에 발을 맞춰 섰다. 지문과 얼굴을 찍는 입국심사를 할 때, 또 한 번 울컥했다. 여권을 내밀며 성옥의 얼굴을 무심히 쳐다본 일본인에게 그저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리고 시작은 이렇지 않았어, 다시 말했다. 성옥이 찾아내야 할 ‘시작’은 관부연락선에 생선처럼 실려서 시모노세키에 도착했을 조선 사람들이었다. 

짐을 찾고 한국말을 하는 여행객들의 뒤를 따라 셔틀버스를 탔다. 지하철은 국내선에서 연결되었다. 성옥에겐 셔틀버스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 약속 시간에 늦기라도 할 것처럼 안달이 나서 속이 타드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여유가 있는 듯 보였다. 침착해야지, 성옥은 다시 자신의 조바심을 나무랐다. 

조금만 기다렸다 나랑 같이 가면 좋잖아. 휴가 낸다니까.

Y가 떠올랐다. 비행기 표와 호텔 예약서가 든 두툼한 봉투를 탁자 위로 올려놓던 Y의 표정은 짓궂었다.

성옥은 언젠간 아빠의 고향에 가보리라 결심했었다. 하지만 성옥이가 생각하는 언젠가는 아직 한참 멀었었다. 두 개의 알바로 먹고살며 적금을 붓고 여행 경비를 마련하긴 쉽지 않았다. 결심하고 돈을 모으면 K시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에 약속한 일 년에 두 번을 깨는 건 언제나 그쪽이었다. 한국에 온 이후 한동안은 그 전화를 받고 그 전화가 요구하는 것을 해내는 게 삶의 목표였다. 중국에서도 그렇긴 했었다.

Y는 성옥에게 남자,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와 결혼까지 하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에게 설명할 수 없는 성옥,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성옥이 존재했다.

Y에게 북한에서 왔다고 말한 건 만나기 시작하고 반 년쯤 지나서였다.

“정말?” 그가 놀랐다. 성옥은 그가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서울 사람하고 똑같은데.”

그가 말했다. 성옥은 한국에 와서 첫 번째로 노력한 것이 말투를 익히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건 북한 사람만이 아니라고 그가 말해줬다. 전라도 사람이나 경상도 사람들 중에도 서울 말을 익히려고 애쓰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남한 사람이잖아.”

성옥이 밀쳐내는 말투로 말했다. Y가 눈을 크게 떴다.

“아, 지금은 북한 사람 같네!”

그가 말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북한을 떠난 이후에 성옥은 떠밀리고 시달리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었다.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타인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이런 것들이었다.

지하철을 갈아탔을 때, 성옥은 눈여겨보아 두었던 한국 사람들을 모두 놓쳤다. 혼자였다. 혼자인 건 새롭지 않았다. JR선으로 갈아타고 고쿠라 역으로 갈 것이었다. 그쪽 방향으로 가는 기차가 여러 개라는 걸 성옥은 알지 못했다. 기차에 올라 사람이 드문드문 앉은 좌석의 맨 뒤쪽에 자리 잡은 뒤에 정류장 표시를 읽었다. 기차의 종점은 모지항(門司港)이었다. 아, 모지! 하마터면 성옥은 소리칠 뻔했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아빠! 모지라요!

성옥의 튀어오를 것 같은 기분과는 달리 엉덩이는 자석을 붙인 듯이 의자에 파묻혔다. 턱을 괴고 차장을 내다보았다. 익숙하지 않아도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 휙휙 지나갔다. 어디서나 보이는, 사람 사는 풍경이었다. 사람이 살면 있어야 할 것들은 저절로 생겨났다. 산이 있고 물이 있고 논밭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

아부지, 사람 사는 곳은 다 같지?

성옥의 마음이 자꾸만 울렁거렸다. 황홀하고 슬픈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마음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시간을 휘저으며 시간 속으로 훨훨 날아다녔다.  

아부지!

성옥은 문득 옆에 앉은 아빠의 허벅지에 손을 댔다. 손이 중심을 잃고 의자에 얹혔다. 성옥은 곤두박이는 기분이었다.

바로 이 순간이었다. 죽어가는 쥐의 어두운 털 색깔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가슴이 맵고 아렸다. 성옥은 마음에 떠오른 풍경에서 눈을 돌렸다. 보고 싶지 않았다. 다리를 트렁크 위에 얹었다.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았다가 기차가 멎으면 재빨리 정류장 표시를 읽었다. 

시작은 이렇지 않았다. 성옥은 시작처럼 똑같이 해볼 생각이었다. 부산항에 가서 지금은 이름이 바뀌고 배도 달라진 ‘관부연락선’을 타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모노세키항에 닿는 것. 1944년, 그는 가네다 마사오. 조선사람 김정남이었다. 15살부터 마흔이 넘은 사람들이 미어지게 탔고 뱃멀미와 공포와 슬픔에, 지레 숨을 거둔 사람도 있었다.

2011년에서 1944년으로 돌아가는 길은 숨이 막혔다. 그래서였을까? 성옥은 잠깐 졸았다. 기차가 멈추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정류장을 확인했다. 고쿠라는 다섯 정거장 앞에 있었다. 휴우, 맘이 놓였다.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눌렀다. 자동 로밍되었다는 통신사의 문자가 여럿, 그리고 받지 못한 전화번호도 몇 개, 0086…. 연달아 세 개나 찍혀 있었다.

성옥은 아득한 느낌으로 숫자를 들여다보았다.  

“엄마! 나 아빠 고향에 가볼 거야!”

성옥은 너무도 자랑스러웠었다. 엄마를 이보다 더 기쁘게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돈이 얼마나….”

엄마는 한참이나 그런 일이 무슨 소용인가, 돈이 있으면 당장 여기에…, 뭐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성옥은 실망 때문에 엄마의 말을 더 듣지 않았다. 그리움이 망가지는 건 외로움보다 더 나빴다. 혈육의 정이라는 것이 곁에 있는 이웃사촌보다 못하다는 걸 확인하는 것도 무서웠다. 엄마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한국 사람들이 부르는 ‘탈북자’라는 말에 들어있는 다양한 의미를 뚫고, 자신이 여기서 한국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성옥은 0086…을 지웠다. 숫자를 모니터에서 지우는 건 쉬웠다. 숫자는 증발하듯 없어졌다. 그러나 성옥의 기억에선 지워지지도 않고 증발하지도 못하는 숫자였다.

26살짜리 탈북자 여성이 자살했던 날, 성옥은 얼굴도 모르는 그 여성의 영안실에 가서 조문을 했었다. 네 명의 남자와 연애했고 네 번 실연 당했다고 누가 말했다. 셀 수도 없이 실연했다고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누구는 죽은 여성을 욕하고 누구는 불쌍해하고 누구는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렸다. 표현이 어떻든 근본은 같았다. 불행함, 상실감, 두려움 같은 것. 영안실에서 돌아온 성옥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죽은 여성의 삶이 바로 곁에 있는 느낌이었다. 고약하고 고약했다. 난 최선을 다해 살 것이다, 그럴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젊고, 미인이다.

성옥은 자기 생에 좋은 처방들을 마구 내려주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절망과 두려움은 성옥을 그 밤 내내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온몸이 눈물로 흠뻑 젖었는데 도무지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는 깊은 산들, 그리고 터널 속으로 자주자주 들어갔다 나오곤 하였다. 곧 고쿠라 역이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호텔을 택시로 왔다.

생이 죽음에 맞닿아 본 적이 있는 사람. 성옥은 호텔의 승강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말해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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