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들이·약혼식 없애고 하객·예단·예물 줄여야

“결혼, 어렵지 않아요. 결혼은 믿음, 사랑 그리고 결혼 정보업체에 가입할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돼요. 또 호텔에서 결혼하려면 친구 300명이 20만원씩만 내준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어요.”

최근 방영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사마귀유치원’은 돈과 허례허식을 중시하는 씁쓸한 결혼 문화를 풍자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생활체감정책단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반적 혼인 예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5.5%에 달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과시와 체면으로 과도한 결혼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주최로 서울YWCA 대강당에서 ‘시대공감형 혼례 문화 만들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신산철 생활개혁실천협의회 사무총장은 사회지도층의 모범적인 결혼 사례를 들어 검소한 결혼 문화를 제안했다.

먼저 약혼식을 따로 진행하지 않았고 함 들이를 생략하거나 신랑이 혼자 함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단은 양가 합의하에 생략하거나 간소하게 했다.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은 예단과 혼수, 이바지 음식을 생략하고 대신 함 속에 작은 소품과 며느리에게 전하는 사랑의 편지를 담아 보냈다. 예물은 간단한 커플링이 대부분이었다. 김평일 가나안농군학교 교장은 딸의 혼수를 준비하며 살면서 준비하는 것이 보람 있겠다는 생각에 간소하게 했다.

하객 초청 범위도 양가 친척과 가까운 친구 등으로 줄였다. 박종안 순천향대 교수는 딸의 결혼식에 청첩장을 만들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몇 명만 구두로 초청했다. 흔히 청첩장을 고지서라고 말하는데 고지서로 생각된다면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축의금도 대다수 받지 않았으며 의도하지 않은 축의금은 모아서 기부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결혼식은 신랑신부, 하객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치렀다. 이정덕 동국대 교수는 강원도 평창의 허브나라에서 딸의 결혼식을 열어 가족사진을 담은 작은 신문을 하객들에게 선물하고 양가 가족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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