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선거는 60년 한국 정당정치의 근간을 무너뜨린 대사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났다. 초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큰 표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래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0.6%포인트(p) 차로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박 후보가 약 7%p의 큰 차로  승리했다. 재·보궐 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런 선거 결과를 가져온 가장 큰 이유는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이다. 한국 재·보궐 선거에서는 여당 후보보다는 정부가 얼마나 일을 잘 했는가를 보고 투표하는 이른바 회고적 투표의 성격이 강한데 이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전·월세난을 포함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현 정부에 대한 응징 투표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응징 투표를 주도한 세력은 IMF 외환위기와 양극화의 고통을 몸으로 겪은 이른바 ‘2040 세대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박 후보 대 나 후보의 지지도는 69.3%대 30.1%, 30대는 75.8% 대 23.8%, 40대는 66.8% 대 32.9%로 나타났다. 4년 전에는 ‘경제’ 때문에 한나라당에 투표한 이들 2040세대가 이번 선거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 실패에 대한 분노를 표로 확실하게 응징한 것이다. 여기에 선거 막판 새로운 변화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안철수 교수의 박 후보 지원이 이들 계층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YTN과 한국리서치가 선거 당일 투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원래는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안철수 때문에 지지했다’는 비율이 30%에 육박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박 후보 지지자 3명 중 1명이 막판에 안 교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원래는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때문에 지지했다’는 비율은 20%에도 못 미쳤다. 여하튼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빅뱅’이 될 수 있다. 무소속 박 후보가 승리한 것은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극단과 배제의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정당정치의 대변혁을 예고한다. 국민과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특정 인물의 지시와 통제에 맹종하는 전근대적 계파정치를 종식시키고, 국민의 실생활 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둘러싸고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권력을 잡는 일에만 혈안이 돼 있는 한국 정당들은 모든 것을 바꾸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30일 리서치앤리서치가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정당 또는 제3의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63.1%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당 또는 제3의 정치세력은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국민정당’이 44.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지역주의에 의존하지 않는 전국 정당’(24.1%), ‘특정 인물이나 파가 지배하지 않는 정당’(20.3%), 이념적인 색채가 약한 탈이념 정당(9.2%)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는 한국 정당이 불신 받는 가장 큰 이유로 결국 서민과 중산층의 팍팍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도 이런 민심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한다. 승리한 세력은 자만에 빠지지 말고 선거 기간 동안 시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패배한 세력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1979년 10·26은 유신 독재의 막을 내리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날이었다면 2011년 10월 26일은 60년 한국 정당정치의 근간을 한 번에 무너뜨린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민심과 선거는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