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식 기업문화’는 소비자 기만으로 이어진다

생활용품업체 피죤은 창사 이후 30년 이상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기업입니다. 가사노동에 관심 없는 분들도 피죤이라는 회사명은 들어봤을 겁니다. 빨래하면 생각나는 그 기업! 아시죠? 네, 바로 그 기업입니다.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오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줬던 피죤이 최근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윤재 피죤 회장의 청부폭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데 이어 직원들에 대한 폭언·폭행, 자금 횡령의혹까지 최근 불거지면서 피죤의 실태가 낱낱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었던 피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악덕 기업 중의 악덕 기업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철저히 속고 있었던 겁니다. 피죤이라는 회사의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3개월 전부터 보도하면서 알려진 피죤의 실태는 놀라웠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막장 경영’이 무엇인지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기사를 읽으면서도 과연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2007년 이후 피죤에 4명의 전문경영인 사장이 영입되었는데 평균 재직기간이 3개월 밖에 안 됩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전문경영인 사장 평균재직기간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사장이 이 정도인데 나머지 임원들이나 직원들은 어떻겠습니까. 아주 가관입니다. 사장 외에 30여 명의 임원들 평균 재직기간을 살펴보니 4개월입니다. 사장은 평균재직 기간이 3개월이고, 임원들은 4개월이라면 직원들은? 지난해 피죤 정규직 직원 80%가 교체됐더군요. 직원의 80%가 이직하는 회사라 … 대체 어떤 회사라서 그런 이직률을 보이는 걸까요. 그런데 다 이유가 있더군요. 피죤에서 일부 간부들은 이윤재 회장에게 슬리퍼로 얼굴을 폭행당하기도 했고, 일부는 봉투 자르는 칼에 찔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이 21세기지만 한국 기업문화 특히 피죤의 시계는 20세기, 아니 19세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피죤 실태를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조폭 기업문화’가 결국 기만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실제 피죤은 섬유유연제 핵심 원료의 함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저가품으로 교체한 다음 원자재가 가격이 올랐다면서 제품가격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소비자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피죤의 광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짓’이었던 셈입니다. 소비자 기만으로 얼룩진 피죤의 제품을 믿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조폭식 기업문화’는 반드시 소비자 기만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저는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피죤의 ‘막가파식 경영’이 어떻게 지금까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었던 걸까 하는 의문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겨레21> 보도로 피죤 실태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정부를 비롯해 많은 언론들은 무엇을 했던 걸까요. 그들은 피죤의 실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저의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관계기관에 대한 로비를 통해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던 거죠. 피죤 실태를 세상에 고발한 <한겨레21> 곽정수 기자는 지난 20일 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을 상세히 밝혔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기관들에 대한 금품 로비를 통한 유착관계가 배후에 있었던 거지요. 대표적으로 올 1월에 세무서 간부들에게 금품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는데요. 피죤의 임직원들이 이제 관할 세무서의 과장, 계장 등 간부들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이제 돈 봉투를 돌린 건데. 물론 이거는 피죤 창업주 일가의 지시에 의한 겁니다 … 국세청뿐만이 아니겠지요. 경찰, 고용노동부 등의 금품 로비 혐의도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11월 경에 부산지역 경찰서 두 곳에 금품 로비를 시도를 했습니다. 한 곳은 돈 봉투를 수첩에 끼워 넣어서 전달하려다가 담당 경관이 뒤늦게 발견하고 감찰반에 자진신고를 한 케이스고요, 다른 한 곳은 담당 경관이 완강하게 거부해서 전달이 실패했다고 그러고요.” 한 마디로 정부기관에 대한 조직적인 로비를 통해 ‘막가파 경영’ 입막음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피죤은 이윤재 회장이 경영 일선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전문경영인 영입 등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 하고 있는데, 제가 볼 때 더 파헤쳐야 할 의혹이 많습니다. 피죤과 유착관계에 있던 정부 관계자들이 누군지, ‘막가파 경영’을 일삼은 피죤에게 포상이나 특혜를 베풀고, 노사문화 우수기업을 선정한 정부 관계가 누군지 등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조치가 없으면 이윤재 피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더라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피죤에게 윤리경영대상을 선정한 언론사들도 ‘반성문’ 써야 마지막으로 언론 책임론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죤의 ‘막가파 경영’에 대한 감시도 제대로 못했고, 현재 드러나고 있는 피죤의 실태를 고발하는데 있어 적극적인 자세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들이 피죤 이윤재 회장의 청부폭행 사실에만 국한시켜 보도하고 있는데 ‘청부폭행’은 피죤 사태의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는 보도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언론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언론 또한 피죤의 ‘관리대상’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피죤에서 노조가 결성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7년 결성됐는데 1년을 조금 넘기고 무너졌습니다. 당시 경영진의 조직적인 노조 탄압이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피죤의 노조탄압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피죤이 지난 2005년 이후 언론사들을 비롯해 각종 단체들이 선정한 상을 수상했는데 이걸 모두 합산을 해보니 모두 79개였습니다. 피죤의 실태는 ‘막가파 경영’ ‘조폭 경영’이었는데 언론사들은 그런 피죤에게 윤리경영 대상 등을 안겨 주면서 좋은 이미지 기업을 각인시키고 있었던 셈입니다. 노조탄압은 외면하고 ‘막가파 경영’을 일삼은 경영진에게 윤리대상까지 줬던 언론. 과연 지금의 피죤 사태에 책임이 없다 말할 수 있을까요. 피죤에게 윤리경영대상을 선정한 언론사들이 ‘반성문’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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