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랬느냐는 듯 벌써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일어났던  정전사태로 한때마나 그동안 흥청망청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에 우리가 전기 없이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까이는 매일매일 손에서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 휴대전화를 쓸 수 없어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세탁기와 로봇청소기 덕분에 텔레비전을 보며 즐기던 일상의 여유를 누릴 수 없을 것이며, 즐겨 마시던 냉장고의 찬물을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위치 하나로 모든 것이 작동되는 스마트아파트, 스마트빌딩도 단순한 콘크리트 상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자원의 고갈이 목전에 놓여 있는 요즘, 전 세계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지난 11일 광주에서는 전 세계의 환경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도시환경협약 광주정상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도시환경협약(UEA·Urban Environmental Accords)은 2005년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세계 52개 도시의 시장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모여 만든 협약으로, 리우협약이나 교토의정서가 선진국들의 협조 기피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각국 도시들이 주도적으로 지구 환경을 살리겠다는 다짐을 담아낸 것이다. 이러한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삶에서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지구를 살리기 어렵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는 우리 국민의 녹색생활실천 현황과 성과를 보여주는 ‘2011년 녹색생활지표’를 발표했다. 녹색생활지표에 따르면 친환경 상품 유형별 구매노력 비율은 리필 제품이 82.3%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에너지 절약형 제품이 71.9%, 친환경 농산물 56.9% 순으로 나타난 반면, 저탄소 제품 구매 노력 비율은 31.1%로 가장 낮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라는 책의 저자 애니 래너드는 “우리가 하루에 몇 번씩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커피 원두를 만들기 위해 물 140ℓ가 들어가고, 여름에 입는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물 970ℓ가 들어간다. 즉 우리는 현재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140%를 소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과연 지금 지구에 있는 것을 이렇게 함부로 소모해도 되는지 묻는다.

한편 ‘소박한 삶의 철학’의 저자 듀안 엘진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물건을 덜 만들고 덜 쓰기 위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과 물건을 더 잘 나누기 위해 그리고 이 귀중한 자원들을 훨씬 덜 낭비하기 위해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는 일이다”라고 제안한다.  우리들의 소박하고 간소한 삶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