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후보가 격돌하게 됐다.

박원순 후보는 지난 3일 시민 여론조사(30%), TV토론 배심원 평가(30%), 선거인단 현장투표(4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 통합 경선에서 승리했다. 박 후보는 무소속의 열세를 딛고 52.2%의 득표로 조직에서 우세를 보였던 제1야당 박영선 후보(46.5%)를 6.6%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후보 단일화 효과에 힘입어 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후보의 입장에서는 이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게 됐다. 박 전 대표도 나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여하튼 이번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실제로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과 리서치앤리서치(R&R)가 지난 9월 30일에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65.1%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아주 영항을 미칠 것이다’ 13.4%+‘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51.7%)로 대답했다. 특히 ‘과거에도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는 ‘박근혜 절대 고정층’(19.0%) 중에서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면  최소 5% 정도의 지지도 상승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들 부동층의 57.1%가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하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 여부 못지않게 이번 통합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지지층의 향배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와 올해 4·27 김해을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하자 정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일부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아 야권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KPSI와 R&R 조사 결과, ‘선생님께서 지지하는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58.0%만이 ‘단일화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28.8%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5.1%가 ‘반대쪽 경쟁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박영선 후보 지지자들의 27.5%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로 단일화되지 않으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박영선 후보 지지자의 6.6%는 ‘반대쪽 경쟁 후보(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 박영선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28.3%가 박원순 후보로 단일화되면 기권하겠다고 응답했다. 한국 유권자들은 총선과 재보궐 선거에서는 ‘누구에게 미래를 맡길 만한가’ 하는 전망적 차원에서 투표하는 대선과는 달리 현 정부, 또는 전임자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를 한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혼내주고 싶은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거가 증오와 분노에 의해 지배된다면 좋은 선거가 될 수 없다.

현명한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진정 서울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서 투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여성은 여성을 찍지 않는다’는 지극히 잘못된 인식적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젠더를 넘어 어느 후보가 성 주류적 시각에서 서울시의 여성정책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의미 있게 행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책임 있는 여성 유권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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