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전 인권위 상임위원
최영애(60·사진)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을 당시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직권 조사에 참여했다.
최 대표는 1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와 소설을 본 사람들이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갑갑하고 속상했다”며 “인화학교 폐쇄나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해선 곤란하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직권조사 당시 상황이 어땠나.
“장애인들은 무엇이 성폭력인지에 대한 이해가 더뎌 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부터 진행했다. 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는 방식으로 진술을 받기 위해 심리치료사가 동행했다. 인화학교 졸업생들이 왔는데 ‘우리 후대가 더 이상 이런 피해를 입는다는 걸 참을 수 없다’고 수화로 이야기하더라. 수화인데도 그 분노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너무나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하는데 가슴 아팠다. 그들이 얼마나 절절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 대책위는 피해자가 12명이라고 했는데 인권위는 6명만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우리가 고발할 수 있는 가해자는 6명이었다. 졸업생들이 재학 당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하지만 공소시효와 증거 등 여러 법률적 제한으로 고발하지 못했다.”
- 직권 조사 당시 느낀 점은.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가해자가 한 명이 아닌 점이 구조적인 사건임을 보여준다. 인사권과 주요 보직을 가진 사학재단 임원들이 친·인척이었고, 교사들은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지 못하고 묵인·방조해 공범이 되는 구조였다. 당시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학재단 이사회에 공익이사가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아니어서 자기방어가 어려운 약자인 장애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금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 ‘도가니 열풍’에 대한 우려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선정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또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다.”
- 우리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일반인이 아닌 다른 장애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성폭력을 당한 장애아동이 고소를 할 경우 아이가 겪은 일을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수화 전문가 대동이 아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