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어떤 주어진 시기에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신념, 태도, 가치, 감정의 총 집합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한 사람의 의식이고,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젠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젠더 의식은 보통 여성들이 살아오는 동안 직면하는 제도와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된다. 특정한 삶의 상황이 젠더 의식을 고취시키고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누구이고, 어떻게 그들이 현재의 위치에 서게 됐으며, 삶과 관련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문화 변화는 여성정책의 패턴에 영향을 주고, 이런 여성정책은 여성들에게 힘을 부여해 남성과 가부장적 국가의 의존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삶의 질과 깊은 관련이 있는 건강, 교육, 보육 등과 같은 정책들은 여성의 정치참여 강도와 정치세력화의 수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실질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면 ‘여성 친화적 정책’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여성들의 요구는 여러 경로를 거쳐 정부에 투입되는데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정책으로 전환할 때 이해 당사자의 참여 강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출직 여성 의원들의 확대는 여성 친화적 정책이 수립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미국 50개 주에서 선출직 여성 의원 수와 여성 친화적 정책 수립 간의 상관관계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선출직 여성 의원 점수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여성 친화적 정책 점수가 3.46 단위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남녀가 동수로 의회에 진출하면 여성 친화적 점수가 75%까지 상승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하물며 여성이 대통령, 광역단체장과 같이 중요한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집행하는 직위에 선출되어 여성의 실질적인 정치세력화가 이뤄지면 여성 친화적인 정책 수립은 더욱 용이해진다.

여성들이 정치세력화를 통해 국가의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실질적인 성 평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10·26 서울시장 선거는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볼 수 있다. 무소속 시민 후보가 과연 기존 정당 후보를 누르고 인구 1000만 수도 서울시의 수장이 될 수 있을지, 무상 복지 이슈가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지 등이 관심을 끈다. 하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선거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2006년 강금실, 2010년 한명숙, 2011년 박영선에 이르기까지 3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여성을 배출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를 최종 선출했다. 어떻게 보면 최근 서울시장 선거의 역사는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대장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여성 서울시장이 배출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도도한 물결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유엔개발계획(UNDP) 레베카 그린스팬 부총재는 “한국은 많이 발전했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여성의 정치참여에 속도를 좀 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성 평등은 단지 여성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 지역사회 및 국가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여성의 정치참여와 정치세력화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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