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와 레베카 그린스팬 UN 사무차장 대담

제1회 메트로폴리스 아시아 여성네트워크 포럼이 9월 26일, 27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아시아 여성:변화의 주역’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아시아 각 도시의 여성정책을 이끄는 책임자와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 비정부기구(NGO) 지도자, 국내외 여성학자와 시민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 도시 여성정책에 대해 다양한 비전을 제시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레베카 그린스팬 유엔 사무차장과 회의를 주관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박현경 대표이사는 도시의 여성 문제와 그 대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김수진 기자gabapentin generic for what http://lensbyluca.com/generic/for/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사진=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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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전망 없으면 여성의 삶은 더 치명적

박현경(이하 박):세계는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여성들이 있고 변화의 주역으로서 아시아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시 여성들의 경우에는 경제문제와 안전문제가 시급하다.

레베카 그린스팬(이하 그린스팬):여러 조사에서 남녀평등을 위해 여성들의 경제 참여가 중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들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환경 조성을 위해 여성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여성들이 경제적 자유가 있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아시아의 일부 지역의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성 격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경제와 정치분야의 여성 참여 문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이슈는 빠른 도시화 과정이다. 현재 42.5%의 아시아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50년까지 아시아 인구의 66.2%가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는 도시인구의 약 절반이 빈민가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여성과 소녀들은 깨끗한 식수에 제한된 접근성, 부적절한 위생상태, 실업 및 성 기반 폭력과 같은 빈민가 삶의 영향에 고통 받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박:미국, 유럽, 아시아 등 지금 세계의 경제상황이 대부분 좋지 않다. 여성들은 경제위기가 닥치면 먼저 해고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고, 급여도 더 적게 받는 상황에 처한다.

그린스팬:최근 워싱턴에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회동했는데 선진국 경제가 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선진국이 이 정도면 개도국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때는 실업률이 증가하고 그 증가 속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빠르다. 경제위기가 건설업, 부동산 쪽을 강타했을 때는 남성들의 실업률이 증가하지만 2차적으로 실물경제, 산업, 수출업종 분야를 강타하면 여성 실업률의 증가가 빠르게 나타난다. 다시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실물 쪽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여성의 실업률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의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잘 돼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회 안전망이 없으면 여성의 삶은 더 치명적으로 힘들게 된다.

개발도상국에서 사회 안전망이 없는 경우 산모나 신생아 사망률이 급증하고, 어머니가 수입이 없어 가족의 영양결핍 상태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것들에 대비해 논의하는 과정에 여성 지도자가 많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때에도 사회기반사업 위주의 사업보다는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재해 위험 감소 위해 여성이 필요한 부분 제대로 반영해야

박:서울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는 안전한 편이지만, 지하철에서 성범죄를 없애는 방안 등 여성의 안전문제를 중요하게 추진 중이다. 그동안 다른 도시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특히 일본의 쓰나미, 중국의 대지진 등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여성들은 산에 올라가면 안 되고 달리면 안 된다는 전통적 관념 때문에 더 많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성들의 안전에 대해 우리가 다양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린스팬:여성이 남성에 비해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14배 더 취약하다. 여성과 소녀는 기후 관련 재해를 포함해 각종 재해 직후 더 힘이 없고, 성폭력, 착취 및 인신매매에 노출된다. 이러한 재해위험 감소와 그 관리 계획에 여성을 참여시켜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 없이 도시 개발이 이뤄지면 역사적으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다.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남성들만이 아니라 여성들이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박:한국은 아직 여성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여성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가 논의되는 수준이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코스타리카의 여성 부통령을 역임하고 행정 경험도 많으신데, 그렇게 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코스타리카의 여권 수준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그린스팬:코스타리카에서는 1987년께 남녀평등법이 제정됐다. 여성정치를 위한 정치쿼터제가 도입되고, 정부가 보조하는 공공주택, 공공토지에 남녀 공동명의 등록제를 두었다. 이 모든 것이 25년의 노력 끝에 이뤄진 것이다.

어디에도 빠르고 신속한 해법은 없다. 나는 코스타리카의 두 번째 여성 부통령으로 1994년에 당선됐다. 지금의 코스타리카에서는 여성들이 자연스레 정치권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부문에서 여성 대표자들이 선출되고 있다. 정치 경력을 많이 쌓으며 여성 대통령도 나올 수 있었다.

박:부럽다. 한국의 경우도, 1975년 유엔 세계여성회의 선언 이후, 여성부도 만들고 국회의원 쿼터제도 도입했지만 실행에 옮겨지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유엔개발계획(UNDP) 성인지 관련 조사에서 한국의 순위가 늘 뒤에 있는 것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성운동가 1세대로서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명감을 느낀다. 지난해 10월 유엔여성(UN WOMEN)이 생기고 유엔 간부 중 45% 정도의 여성이 등용됐다고 들었다.

그린스팬:그 어느 때보다도 반기문 사무총장이 적극적으로 여성을 간부직에 등용하고 있다. 이는 반 사무총장의 용단과 리더십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유엔에서 여성 채용 50%는 하나의 지침으로 강제적 요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엔 산하 기구에서도 이 지침에 따르고자 한다.

박:앞으로 아시아네트워크 포럼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그린스팬: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도 계속돼 아시아 여성들의 훌륭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여성들에게 필요한 아이디어를 접하고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도시와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제 서울이 다른 도시를 가르쳐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국가, 안전한 서울이 부럽고, 1000만 명이 사는 도시에서 이렇게 이뤄냈다는 것이 놀랍다. 한국에 와서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끼고 간다.

레베카 그린스팬(Rebeca Grynspan)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코스타리카 부통령으로 주택과 경제, 사회부와 재정부 업무를 담당했다. 2010년 유엔(UN) 사무차장으로 임명되기까지 라틴아메리카와 캐리비안 지역을 대상으로 유엔기구 산하 개발 프로그램 실행 및 운영을 총괄했고, 임시 아이티재건위원회(IHRC)의 유엔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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