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코러스’ 지하철 광고 중단돼야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실 난 생리휴가를 써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까지 생리휴가가 보장된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고, 또 그런 규모의 직장이더라도 막상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요구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젊은 여성 대부분이 비슷하다. 그래서 나에게는 역설적이게도 ‘생리휴가’라는 제도 자체가 약간의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는 그 자체이기도 하다. 굶어죽을 만치 배가 고픈데 눈앞에 있는 ‘그림의 떡’. 

사실 광고라는 것은 단순히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현실을 적절히 비트는 위트와 유머가 필요한 영역이다. 위트 있는 광고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광고에서 보여주는 위트가 현실을 재치 있게 비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왜곡하거나 은폐한다면?

㈜유라케이코리아라는 회사의 ‘엠코러스’라는 제품 지하철 광고가 대표적이다. 해당 식품이 생리통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확실하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난 이제 생리휴가 필요없다”라는 문구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내 경험처럼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은 무급휴가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사용해야 할 때 생리휴가를 쓰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성이 청구하면 반드시 제공해야 할 강제성이 있는데도 남성 중심의 직장문화는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일부 몰지각한 회사들은 생리휴가를 사용하면 월차나 유급휴일을 제외시키기도 한다. 생리휴가라는 제도 자체가 아예 정착되지 못한 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여성들에게 보장된 권리를 마치 필요없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것은 생리휴가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심한 모욕감 그리고 절망감을 줄 수 있다.

청년유니온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해당 광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광고 중단과 사과를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고 중단을 넘어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추구권, 휴식권의 측면에서 생리휴가 제도가 안착되기 위한 노동환경의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광고들이 또 다시 나오게 돼 있다. 그렇다. 문제는 오히려 ‘광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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