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에서 기관장을 맡은 고위직 여성에는 누가 있을까. 해외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보내오는 정보나 외국을 방문해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은 자국 정부의 고위직 여성 기관장 명단을 작성해 국민에게 알리고 있었다.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었다. 인사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2000년에 들어와 여성담당관실 주도로 고위직 여성 기관장을 포함해 중앙부처의 5급 이상 여성 간부 명단을 정부 최초로 파악해 발표하게 된다. 국무회의에서 행자부장관이 부처별 여성 간부 현황을 실명제로 보고하자 여성 간부가 한 명도 없었던 과학기술부와 관세청과 해양경찰청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했고 부랴부랴 여성 간부 육성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에 정무직 여성 기관장은 김명자 환경부 장관과 백경남 여성특별위원장(장관급) 2명뿐이었고 그 아래로 김송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1급), 김혜원 특허심판원 심판장(3급)이 있었다. 인원이 너무 적어 고위 여성기관장 명단을 따로 펴내지는 않았다.

특정직으로 2명의 경찰서장(김강자 서울종암경찰서장, 김인옥 양평경찰서장)이 받쳐주었고, 법무부의 박금실 충주소년원장(4급), 통계청의 김선옥 경기사무소장(4급)과 김미자 부산사무소장(5급), 정보통신부의 조란희 포천우체국장(5급), 기상청의 임병숙 울산기상대장 (5급), 농촌진흥청의 라순애 농촌생활연구소장 정도였고,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이 가장 많았던 보건복지부는 국립검역소에 2명의 지소장(안승계 제주검역소 공항지소장, 서경희 여수검역소 광양지소장)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이들을 다 합해야 기관장은 10명에 지나지 않았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여성 최초 기관장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윤미량 하나원장,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경무관), 김명수 광주지방기상청장, 정순덕 제천우체국장(4급)이 그 주인공들이다. 박동원 주파라과이 대사는 여성으로선 유일한 재외 공관장이다. 현재 여성 장관은 여전히 2명(유영숙 환경부장관과 김금래 여성가족부장관)이고  2명의 장관급 기관장(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을 두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여성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서고 5급 이상 관리직 여성 비율도 10%를 넘어섰지만 기관장으로 진출하는 여성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 수에 있어서는 그다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기관 운영의 책임을 맡은 여성들은 누구이고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한 눈에 보여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성들에게 역할모델이 됨은 물론 정부의 다양한 인사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은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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