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는 꾸준히 개봉됐고, 그때마다 자극성과 책임에 대한 상반된 의견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성폭력을 주제로 한 국내외 영화를 정리했다.
‘칼라퍼플’은 의붓아버지와 남편에 의해 학대당한 주인공이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연대’라고 영화는 말한다. 주인공 셀리는 남편의 애인이었던 ‘슈그’와 자매애로 연대하여 자존심 있는 여성으로 변한다.
웨이트리스 사라는 친구가 일하는 술집에서 성폭력을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주동자들을 기소한다. 하지만 사라가 야한 옷을 입고 자극적인 춤을 추었으며 마리화나를 피운 것이 밝혀져 사건은 벽에 부딪힌다. 영화는 ‘행실이 정숙하지 못했다면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성폭력’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반기를 든다. ‘어떤 이유로도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돌로레스 클레이븐은 술주정뱅이에다 손찌검까지 하는 남편이 딸을 성추행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모아둔 돈으로 딸과 함께 도망치려고 하지만 그 돈마저 남편이 가로챈다. “가끔은 못된 년이 되는 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야”라는 말을 듣고 주인공은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여성이 착하게 사는 것만이 최선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정에 굶주린 송희와 성폭력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사는 윤희. 영화는 음식을 매개로 이들의 욕망과 결핍을 보여준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살던 윤희는 고통으로부터의 탈출로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 여성의 고독과 고통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남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치고 사는 정혜. 세상에 대해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그녀의 일상에도 사랑이 찾아온다. 성폭력의 후유증과 남성중심사회를 섬세한 관찰력으로 표현한 영화다.
‘숨’은 2007년 밝혀진 ‘기독교 영광의 집’의 성폭력과 횡령 사건을 다룬 영화다. 어린 시절 장애인 복지시설에 맡겨진 수희는 함께 생활하는 민수와 사랑하는 사이다. 힘든 생활이지만 사랑하는 민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수희는 새로운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원장 아들의 지적장애 여성 성폭력 사건으로 임신한 수희도 ‘보호 조치’를 당한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인물들에게는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고 카메라는 오로지 주인공 수희만을 따라간다. 이러한 장치로 영화는 일반인이 보는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 느끼는 삶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박지원씨도 실제 장애를 가진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