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했다. 시기상조라는 우려와 비판 속에 이뤄진 OECD 가입은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세계화 정책의 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OECD에 가입하면 각종 제도와 규범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여성과 관련해서는 특히 직업훈련이 강화되고 여성의 고용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편, OECD는 개도국에 대한 개발원조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산하에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를 두어 회원국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정책을 지원하고 있었다. DAC 내에는 ‘여성개발(Women in Development)’ 전문가 그룹을 두고 별도 지침을 통해 회원국의 개발 원조 사업에 여성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OECD 가입은 여성에게는 어떤 의의가 있을까? OECD 가입 후 여성정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정무장관(제2)실은 정부가 OECD 가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내내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OECD 가입이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도전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를 여성정책의 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계기로 삼았다. OECD 가입 직후 발간된 ‘OECD와 여성’ 제하의 정책 자료집은 바로 이러한 고민과 전망을 담은 것이었다.

OECD는 2000년 11월 처음으로 여성정책 장관회의를 개최했는데 당시 유엔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던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다. 한국은 이 회의에 백경남 여성특위 위원장을 정부수석대표로 하여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 여성담당관들이 참석해 성 주류화를 여성정책 추진 기조의 으뜸으로 천명한 한국 정부의 위상을 과시했다. 존스턴 OECD 사무총장은 민주주의와 정치적 리더십 측면에서 성 주류화의 예로 한국 사례를 인용하면서 남북한 정상회담(2000.6.15)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구축 방안의 일환으로 남북한 여성교류가 추진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후 OECD는 성 주류화 전략을 채택해 유엔과 보조를 맞추어 단순한 여성개발에서 벗어나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한 강화’를 새로운 키워드로 설정하게 됐다.

한국이 DAC에 가입한 것은 2010년 1월이다. 이로써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되었다. 한국의 여성담당 장관은 이제 국제협력 차원에서 대외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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