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스물아홉, 결혼 그리고 이별 대처법
제목만 보고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연출 홍정혜, 나온컬쳐)는 이별 대처법과 우정을 통해 스물아홉 처녀들의 성장통을 담아 20~30대 여성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크고 작은 무대에서 어느덧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스물아홉의 고교 동창인 세 여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에게 몰아주기로 하고 함께 ‘결혼자금 적금’을 든다. 10년이 지나 모인 돈은 3850만원. 그런데 학원강사인 세연과 작가 지망생 정은이 항상 만년 백조라고 무시하던 지희가 결혼을 발표한다. 다급해진 두 친구가 한 달 남은 친구의 결혼식 전에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사실 연극을 끌어가는 주된 주제의식은 여성들의 이별 대처법이다. 수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 때문에 힘겨워하는 세연의 이별은 과거완료형이다. 그런가 하면 수년간 만나왔지만 청혼과 함께 끝나버린 정은의 이별은 현재진행형이다.
“혼자 우는 법도 알고, 혼자 울다가 아무한테나 전화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사랑도 사람처럼 나이가 드는 걸까.”(세연의 대사 중에서)
작가 나이 스물아홉에 썼다는 각본은 20대의 끝을 지나고 있는 청춘들에게 공감대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좋은 직장을 갖기도, 멋진 남자친구를 갖기도 힘든 비루한 현실을 공유하며 서로를 보듬는 세 친구의 우정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서울 혜화동 소리아트홀 2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문의 02-766-2022
초경에서 완경까지… 생리에 관한 모든 것
11세 소녀부터 70대 할머니까지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생리담을 무대에서 100분간 유쾌하게 펼치는 연극도 있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자라는 그녀들은 생리에 얽힌 삶의 변화 속에서 사랑과 결혼 혹은 이별을 경험하고 여인과 아내와 엄마가 된다.
연극 ‘마호로바’(연출 김재엽, 극단 드림플레이)는 결혼 직전까지 갔던 남자와 헤어지고 고향 집으로 여행을 온 40대 미도리와 그 고향 마을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의 어머니 히로코는 둘째 딸 교쿄마저 비혼모로 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딸들이 탐탁지 않고, 할머니 다마에와 동네 꼬마 마오는 그런 모녀 간 다툼을 진정시키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작품은 생명의 모태로서의 여성의 삶에 대해 남자들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며, 때로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여성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 것 같지만, 사실 연극은 남자들도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5일까지 서울 혜화동 연우무대 소극장에서 열린다. 문의 02-745-4566
황혼기를 맞은 세 여인의 아름다운 버킷 리스트
여고시절 양띠 삼인방이었던 재분, 옥란, 혜숙. 나을 희망이 없는 병든 남편 간호에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하는 옥란과 10년 전 사고로 사별하고 성지순례 여행과 봉사활동만으로 무료한 세월을 보내던 혜숙은 연하의 남성과 바람을 피우는 재분을 보고 자기들의 부부생활과 인생의 허망함을 노골적으로 토로한다.
이제 이들은 새삼스레 여자의 인생이 무엇인가를 돌아본다. 평범하게 살아왔던 그녀들은 진부한 삶과 나이 듦에 주눅 들지 않고 미래의 인생에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와 솔직함을 보여준다. 자식의 아이들을 키워주고, 병든 남편을 돌보고, 가정을 지켜야만 하는 주부의 역할에 자신의 남은 인생을 희생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 그 의문과 고민이 무대 위에서 제기된다.
15일부터 10월 9일까지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펼쳐진다. 문의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