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절차 진행에 시간 필요…최고 중징계 불가피 판단”

고려대가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의대생 3명에 대해 5일 최고 수위의 징계인 출교 처분을 내렸다. 출교는 고려대 학칙상 최고 수준의 징계로 출교 처분을 당한 학생은 학적이 완전히 삭제돼 재입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고려대의 학생 출교 처분은 2006년 본관 점거 학생들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 번째다. 고려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신중을 기해 논의한 결과 학칙 상 최고 수위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날 의대 학장 이름으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의대생 간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섣부른 징계 결정은 오히려 고대 의대의 명예를 실추시킬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해 올바른 징계 절차를 하나하나 정확히 지켜나가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징계 결정과 시행은 명문화한 규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징계 수준을 예결하고 예결 후 규정에 정해진 절차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상벌위원회의 최종 판정에 어떤 오류도 남기지 않으려는 고민과 고뇌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대 의대가 그동안 교육 목표로 설정하고 노력해 왔던 ‘좋은 의사를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다져지고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대 의대생 박모(23), 한모(24), 배모(24)씨는 지난 5월 21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의 한 민박집에서 동기 여학생 A씨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신체를 만지고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로 몸을 촬영한 혐의(특수강제추행)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가해 남학생들에 대한 사법절차와 별개로 학교 측의 징계 심의가 길어지자 “학교 복귀를 허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출교 요구 릴레이 시위’도 장기화됐다. 그동안 대학생, 헤드헌터, 학원강사 등 다양한 직업의 시민들이 매일 오전 8시 고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모르쇠’로 일관해온 학교를 압박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 의료계도 공식적으로 ‘출교 징계’를 촉구한 데 이어 고대 졸업생·재학생 127명이 실명으로 ‘성추행 의대생 출교’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다. 특히 범행 사실을 뒤늦게 부인한 배모씨가 6월 초 같은 과 동기들을 대상으로 ‘피해자는 평소 이기적이다, 아니다’ ‘피해자는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다, 아니다’ ‘피해자는 사이코패스다, 아니다’라는 문항이 기재된 설문조사를 벌여 논란을 빚었고, 급기야 피해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히면서 논란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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