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때로 다문화 가족인 이주 여성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준비물 없이 등교한 초등학생에게 “야 너 다문화지? 니네 엄마 중국에서 왔지?”라고 학급 친구들 앞에서 면박을 주신 선생님으로 인해 마음 상해 돌아온 아이를 다독이며, ‘자식이 볼모’인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면서 눈물을 떨어뜨리던 중국계 동포 이주 여성 엄마를 만났다.

‘바름’과 ‘공정’을 기치로 하는 교육 현장이 이런데, 다문화가족지원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지원기관들이 여성과 이주 여성을 평등하게 대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200곳에 이르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그 밖의 민간지원기관은 그 숫자만큼이나 성격도 다양하다. 일본 이주민 지원 활동가의 말처럼 ‘누가(선주민) 누구를(이주민)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성찰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도 있을 것이며, 여느 학원처럼 운영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 여성에게 반말을 해 이주 여성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던 한국인 ‘선생님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그러한 초기 지원사업 현장에서 있었던 흔적이 여전히 중앙부처에서 제작해 보급하고 있는 결혼이주 여성 보육 안내 동영상(‘행복한 한국살이’ 보육편, 포털사이트 다누리 제공)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주 여성이 선생님께 깍듯이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출신 여성 선생님은 이주 여성 엄마에게 마치 아이에게 말하듯 친절하게 ‘반말’을 쓰고 있다. 과연 캐나다나 미국에서 온 백인 여성이었더라도 반말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자리 문제도 있다. 최근 공공기관이나 관청 등에서 결혼이주 여성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취업한 결혼이주 여성이 자신의 장점을 활용한 업무에 적절하게 투입되고 있는지, 왜 한국 태생 여성에겐 시키지 못하는 허드렛일을 이주 여성에게 시키는 것이 당연시되는지 의문이 생긴다. 특히 이주 여성의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채 한국인에게 제시하는 급여 수준에 못 미치게 책정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 안의 이중성, 무의식적인 편견과 차별 극복 노력이 요구된다. 여성의 일을 하면서 민족에 따른 또 다른 여성 차별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부단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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