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의 순환구조 깨기, 제도와 권력 깨기, 장벽 깨기, 여성운동과 여성학의 새 지평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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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7일 캐나다 오타와 대학에서 제11차 세계여성학대회가 열렸다. 1981년부터 3년마다 개최돼 온 세계여성학대회(International Interdisciplinary Congress on Women)는 학문 분야의 경계를 넘어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전 세계 여성의 이슈를 논의하는 세계 여성학의 잔치다.

2005년 서울 대회를 통해 ‘세계여성학대회’라는 우리말을 얻었고, Women′s Worlds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열한 번째 대회이자 30주년을 맞이한 이번 캐나다 대회는 92개국 1600여 명의 여성학자, 여성그룹, 여성운동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발표와 토론, 전시, 워크숍,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했다. 다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 참가자들 가운데 비자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참가가 제한되거나 포기한 경우도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는 ‘Inclusions, Exclusions, Seclusions: Living in a Globalized World’라는 대회 주제가 말해주듯, 지구화로 인한 여성과 지역 공동체가 주변화되고 불안정한 위기에 처한 문제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성들을 이어주고 소통하게 하며 평등과 평화를 위한 초국가적 연대, 여성 조직 네트워크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연결(connect)’과 ‘대화(converse)’는 대회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였다.

식민주의, 자본주의, 제국주의 억압의 순환구조 깨기(breaking cycles),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지속시키는 제도와 권력 깨기(breaking ceilings), 끝없는 경계 긋기를 통해 여성들을 제한하고 배제하는 장벽 깨기(breaking barriers), 여성주의 리더십과 혁신을 통한 전 지구적 여성운동과 여성학의 새 지평 열기(breaking ground)라는 네 가지 주제하에 매일 아침 전체 참가자들이 모이는 오전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역할모델, 연결자, 선동가, 조력자, 멘토, 대사, 조언자, 도전자, 분석가, ‘이끔이’와 ‘힘 돋움이’ 등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성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해온 여성 리더들의 삶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특히 북아메리카 원주민 여성들과 장애 여성들이 어떻게 삶 속에서 저항하며 공동체에서 함께 힘을 얻고 여성주의를 체화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성장하고 포용해왔는지 인종·젠더·연령·세대 간 차이를 통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됨으로써 참가자들에게 감명을 주어 큰 박수를 받았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여성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는 단지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의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로 사회 변화를 위한 프로젝트 그 자체입니다.”(Daniele Magloire·아이티) “가장 큰 장벽은 곧 무지와 차별입니다. 여성 리더들은 여성의 경험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진실을 말할 책임이 있습니다.”(Mary Simon·캐나다) “마법의 해결책은 없습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책임과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Sebenzile Matsebula·남아프리카공화국) “저희 어머니는 늘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희생자가 되지 말고 맞서 싸우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습니다.”(Wannek Horn-Miller·캐나다)

이어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거리행진에서는 1000여 명의 대회 참가자들이 ‘No more stolen sisters’ 구호를 외치며 지난 30여 년간 캐나다에서 582명의 원주민 여성과 소녀들이 살해되고 실종된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연대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나눔과 존중의 공동체 문화 안에서 강인한 어머니를 따라 배우며 페미니스트로 자라난 딸, 잃어버린 딸을 찾아 어느새 여성운동가가 되어버린 어머니. 어쩌면 우리네 식민지 저항, 민주화 투쟁, 여성운동에서 피어난 어머니와 딸들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4일 동안 캠퍼스 곳곳에서 숨 가쁘게 진행된 350여 개가 넘는 오후 세션에서는 새로운 기대와 따뜻한 긴장감 속에서 다양한 글로벌 여성 이슈들이 다뤄졌다. 이 가운데 여성주의 리더십과 임파워먼트의 맥락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매매에 저항하는 글로벌 여성조직 운동과 연대, 소녀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영페미니스트 네트워크 활동, 토착 여성주의 교육의 재평가, 여성들의 토종 씨앗 지키기와 사회운동, 경제성장 중심의 개발 모델 비판,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대안 원리로서의 모계 경제의 모색, 아시아여성학회와 유럽여성학회가 함께한 여성학 교육의 비교와 전망 등이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다.

끝으로 대회 기간 동안 기숙사 로비에 참가자들이 오가며 써내려간 글들은 또 다른 일깨움이었다. 결국, 다시 페미니즘이 아닐까. 누군가 써 놓은 편지처럼, 페미니즘은 어느새 사라진 듯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서 언제나 우리를 일깨우고 감싸 안으며 지지해주고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다. “Feminism, you′re my favori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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