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에서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여성 8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유행처럼 번진 연쇄자살 사건은 ‘포항 괴담’으로 불리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여성단체들은 “유흥주점 업주들과 경찰과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로 사건이 축소, 은폐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초 경찰은 성매매 장부를 남기고 지난 3월 숨진 최모(27)씨 사건과 관련해서만 업주 등을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입건하고, 이전 사건은 단순 자살로 내사종결 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노동단체들은 “경찰은 여성단체들의 항의방문이나 면담 과정에서 ‘유흥주점은 성매매를 하는 곳이 아니며 선불금도 없다’고 강변해왔다”며 “포항 유흥주점들이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공권력과의 결탁 때문”이라며 지난 7월 5일 경찰청에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여성단체들은 유흥주점 여성들의 자살 원인을 성산업 착취 구조로 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포항 남구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의 포항시 최대 유흥가 룸살롱 업소들의 성 착취 구조에 원인이 있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포항 유흥가 실세인 한마음회가 있으며, 이들이 경찰과 유착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신박지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유흥주점 여성들의 죽음은 구조적 인권유린으로 인한 예고된 결과였다. 그 이유를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며 부정한 결탁에 의해 오히려 업주들을 비호해 준 공권력이 문제의 핵심 고리”라며 “증거자료를 축소, 은폐한 경찰을 수사하고 포항 대잠동 유흥주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성산업 착취구조를 유지하면서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몬 업주 모임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