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을 넘어 긍정의 포퓰리즘으로
부정을 넘어 긍정의 포퓰리즘으로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12.25 21:02
  • 수정 2015-12-25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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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
정당 이기주의 안 된다

최근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는 무상 복지를 둘러싼 포퓰리즘 논쟁이 들끓었지만 한나라당조차도 포퓰리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준표 신임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우파 포퓰리즘’을 내세운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우파 포퓰리즘은 실현성 있는 정책을 내놓고 책임도 지는 좋은 포퓰리즘이다. 국가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모든 걸 공짜로 주겠다고 국민을 현혹하는 건 나쁜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우파 포퓰리즘 방안으로 반값 등록금과 전·월세 상한제, 비정규직 대책, 대부업체 최고 금리 추가 인하 방안이 제시됐다.

홍 대표는 ‘우파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논리로 헌법 정신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경제 민주화 규정을 토대로 우파 포퓰리즘은 서민 강화 정책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 속에서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투자,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등을 주도해온 대기업이 빈부격차 확대,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려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벌 개혁을 위한 당내 특위를 만들기로 한 데 이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다양한 장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원래 포퓰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사상, 활동”이다. 따라서 선악의 개념이 없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다. 포퓰리즘은 원래 1891년 미국에서 결성된 포퓰리스트당(Populist Party)에 의해 시작됐다. 이 당은 18년 만에 몰락했지만 그 부산물로 당시 미국 사회에 획기적인 변혁을 가져왔다.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이 채택됐고, 철도 재벌·석유 재벌이 해체됐으며, 기업 간 담합을 금지하는 법안도 만들어졌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복지를 실행하기 위해 소득세와 상속세가 신설됐다.

미국 포퓰리즘의 역사를 보면 포퓰리즘에도 분명 긍정적인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포퓰리즘은 ‘인기편승주의’ ‘대중영합주의’로 번역돼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퍼주기식 정책으로 나라를 거덜 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미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대통령이 추진했던 페론주의다.

최근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도 1980∼90년대 총리였던 안드레아수가 무분별하게 도입한 복지정책이 근본 이유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무상 급식 주민투표에 앞장서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망국적 유령인 복지 포퓰리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인 대기업과 부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아무리 방향이 옳다고 해도 방법이 잘못되면 위험하고 실패할 수 있다. 사회를 갈등과 대립의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포퓰리즘 논쟁이 부정을 넘어 긍정으로 가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핵심에 포퓰리즘의 본질에 내포돼 있는 긍정적 요소를 사회 통합의 방향으로 인도하고 동시에 선거 지상주의, 정당 이기주의와 선동주의와 같은 부정적 요소를 과감히 배척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철학과 역사의식이 빛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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