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반 없는 평범한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생생히 보여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만년 비주류의 길을 걷던 홍준표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됐다. 홍 대표는 대의원과 당원, 청년 선거인단 투표(70%) 및 일반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가장 많은 4만166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와의 득표율 차이가 5.8%포인트였고, 득표 수에서는 9509표 앞섰다. 지난해 실시된 전대에서 1위를 한 안상수 대표가 2위(홍준표)와의 득표율 격차가 2%p, 득표 수 차이가 462표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큰 차라 할 수 있다.

홍 대표가 큰 표 차로 선출된 것은 그의 대중성과 개혁, 서민적 이미지가 강하게 어필했기 때문으로 본다. 여하튼 홍 신임 대표는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지지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했다.

이번 한나라당 전대는 친이계 몰락의 완결판인 동시에 ‘친박에 의한, 친박을 위한’ 선거였다. 그 중심에 친박계 단일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유 의원은 예상을 깨고 2위를 차지한 반면, 친이계의 집중 지원을 받았던 원희룡 의원은 충격의 4위에 머물렀다. 친박계는 똘똘 뭉쳤고 친이계는 분화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전 부의장의 오더(지시)가 먹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 외에 원 의원이 굳게 믿었던 수도권 선거인단이 등을 돌렸다.

이 지역 당원 및 청년 선거인단의 평균 투표율은 21.4%로 전국 평균(25.9%)에 크게 못 미친 반면, 친박계가 강세인 영남권의 투표율은 평균 36.7%로 아주 높았다. 영남권의 선거인단 투표자가 2만123명이었는데, 1인2투표제가 실시돼 유 의원이 계파 조직력에 힘입어 영남 표를 싹쓸이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결과를 두고, 유 의원의 수직 상승 또는 돌풍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정치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이런 평가는 현상만 본 것이지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유 의원의 2위 당선은 한나라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계파 정치와 영남 지역주의에만 의존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당심과 민심 간 괴리가 너무 컸다는 것이 문제다. 유 의원은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9.5%로 5위에 머물렀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해 종합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어떻게 민심에서 5위를 한 사람이 2위로 둔갑될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나라당 전대의 최대 피해자는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한 나경원 의원이다.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30.4%(1만490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4위(1만4819표)에 그쳤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나 의원의 경우, 당심과 민심의 표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나 의원은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24.0%로 1위를 차지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위로 종합 순위 3위를 했다. 선거인단 투표는 당원·대의원 등 대부분 조직 표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여성 후보가 갖는 높은 장벽을 실감하게 했다.

나 의원의 좌절은 한국 정치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같이 아버지의 후광이나 지역 기반이 없는 평범한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전대에서 홍준표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23.2%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도 홍 의원은 25.2%로 2위를 차지했다. 나경원 의원이 홍준표 대표를 상대로 민심을 반영하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두 번 모두 앞섰다.

더구나 나 의원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지난해와 비교해 6%p가량 상승한 반면, 대표로 선출된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은 2%p에 불과했다.

나 의원이 자신이 진정한 국민 대표라고 주장하더라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번 한나라당 전대는 계파(조직)가 국민을 이긴 선거였다.

그런데 국민이 계파를 이겨야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당당하게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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