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으로 나를 보는 한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신간 ‘한국인의 심리코드’에서 우리 사회 정체성의 혼란 ‘정조준’ 분석
저출산의 진짜 원인, ‘내 인생’도 힘들기 때문
부모들이 자식 인생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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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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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철영 기자
10대 경제 강국으로 세계가 다 인정하는 대한민국. 그러나 정작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에 살면서도 자신이 지향하는 사회를 막연히 ‘선진국’이라 한다. 기본적으론 웬만큼 산다고 하는데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다. 대다수가 미래가 더 불안하다고 하고, 자살·저출산·우울증 등 심리적·사회적 병리현상들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그 해결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애쓴 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인의 심리 코드’를 최근 출간한 황상민(사진)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책을 통해 “(우리들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젠 서구 틀 벗어나 ‘한국의 심리학’으로 얘기할 때다

 

“책을 쓰고 또 내면서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시크릿’ 등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심리학투’의 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우리 잘해보자, 잘될 거야 등의 말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7월이 시작되는 첫날 중구 정동의 한 시원한 카페에서 그와 팥빙수를 나눠 먹으며 나눈 얘기는 ‘서늘’했다. 주제는 여러 가지였다. 학문과 대중의 단절, 아카데미와 통속의 미묘한 경계, 새로운 것에 대한 익숙한 혐오, 차이와 다름에 대한 견고한 배타성, 진정성과 짝퉁성 등. 그러나 이를 관통하는 주제는 일관됐다. 수천 년 전 어느 현인이 말했듯 “네 자신을 아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고, 우리를 겹겹이 둘러싼 가려진 혹은 위장된 현실을 뚫고 나가는 것이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 결국은 해볼 만한 일이라는 진실 말이다. 그와 대화를 이어나가며 그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지칭한 ‘사고의 반란을 꿈꾸는 사람’이란 말이 점점 형상화됐다. 그가 “거의 죽을 작정으로” 또는 “미친 놈 취급을 감수하고” 책을 내놓은 이유를 이해하는 실마리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 20년, 첫 10년은 이 사회에서 심리학자와 사회과학자로 존재하고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매달렸다. 이후 10년은 심리학자가 한국인의 심리를 얘기하는 순간 본질적 흐름에서 벗어난 아류 혹은 사이비 심리학자의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민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책이나 논문을 인용하고 반복하며 베끼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을 시도하기 두려워하는 풍토 말이다. 서구의 심리학은 그들 사회의 심리적 문제를 고민하고 치료해온 과정인데, 인간이 기계가 아닌 이상 다른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개념과 이론만 빌려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우리 같은 역동적 국가를 어떻게 다른 나라를 모델로 한 해석에 꿰맞출 수 있는가.”

과감하게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한국의 궤에 맞추라는 그의 요구는 그의 체험에 기인한다. 그는 학부생(서울대 심리학과) 시절 한 대기업의 장학생으로 뽑혀 원하면 언제든지 해외 서적을 구입해 읽을 수 있었던 특전을 누렸다. 강의 시간에 이 미국 교재가 그대로 차용되는 현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한국 심리학은 없어, 미국 심리학만 있지”란 공공연한 말에 딜레마를 느끼고 빨리 도망가고 싶어 택한 미국 유학길. “거기 가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하버드대 수업과 도서관에서 깨달은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없고, 강의 교재 중 상당수는 이미 그가 다 파악한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시 이미 ‘문재인’ 급부상 예감

인터뷰 중간에 그는 문득 물었다. 미국의 인구가 우리의 5배인데, 그러면 심리학회 소속 심리학자는 몇 명이나 될 것 같으냐고. 그의 말인즉, 미국의 경우 30만 명,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1000명에 불과하고, 미국에선 회원 중 30~40%가 대학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산업체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데 반해 한국에선 90%가 대학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어떻더라 하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게다가 심리학 연구 대상의 99%가 대학생이라면 아주 현실감이 없는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 ‘삽질’을 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래서 그는 심리학자가 연구 능력을 갖고 먹고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꿈꾸고 지적 산물에 대한 복사를 벗어나 우리 나름의 브랜드 스타일을 가지고 뭔가 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적어도 지난 10년간.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 책이다. ‘대세 추종 경쟁, 개천용은 있다, 개처럼 번 돈 정승같이 쓰지 못하는 이유, 댄디 보보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목차만 대강 훑어봐도 그가 얼마나 현실을 투영해 대중에게 다가서는 연구를 전개하려 애썼는지 알 만하다. 물론 이런 시도는 학계 관행에서 벗어나기에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실 책 속 내용은 전부 논문 주제들인 셈인데, 이런 논문은 학회에서 결코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주제들에 대해 논문 틀을 완전히 없애고 대중의 글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1차 원고는 2년 전 이미 완성한 것인데 출판사에서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며 원고를 돌려보냈을 때는 심리적 타격도 크게 받았다. 지난 20년간 나 나름의 방식이 거부당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왔는데, 이 ‘위장’에도 한계가 온 건 아닌가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제자들은 이런 연구를 하다 학계에서 찍힐까 두려워하고. 그래서 말했다. 자네가 교수가 되려거든 일찌감치 여기에서 떠나라고.”

대중의 소통과 인정 없이는 학문의 가치를 예단하지 않는 그의 실용성은 잇달아 제시되는 저출산 대책의 무용성에 대한 분노로 치달았다.

“2차 저출산 대책을 보면서 정말 말이 안 나왔다. 1차 대책에서 몇 조원을 날리고 상황이 더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 없이 똑같은 대안을 내놓다니! 여기에 참여한 학자와 공무원 명단을 공개해 역사적 죄인이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라’ 이건 상식적인 대안밖에 안 된다. 마치 ‘몸과 맘이 건강해져야 행복하다’처럼. 그런 얘기는 수천 년 전 예수님도 공자님도 다 하신 것 아닌가. 문제는 착하고 바르게 살았음에도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아닐까.

“남과 ‘다른’ 나를 포기하면 죽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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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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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철영 기자
일·가정 양립이란 정답에 사로잡히기보다 ‘돈 많이 들어 애 키우기 힘들어요’란 말 이면의 사람 심리를 읽어내야 한다. ‘나 한 몸 어떻게 살지 모르는데…’를 솔직히 시인하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그 원인을 돌리는 것이 좀 더 쉽지 않겠는가. 현재의 저출산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의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보자. 당신의 부모가 당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가. 결국 자식 스스로 삶을 책임져야 한다. 이를 깨달아 저출산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는데, 강남권·비강남권 엄마들 사이에 ‘돈’이란 차이밖에 볼 줄 모르는 사회통념이 답답하고, 원래 생각했던 정답을 그대로 지닌 채 이에 기준해 연구하려는 전문가 집단에 화가 난다.”

사회 모든 분야를 한 꺼풀 벗기고 무엇이든지 알 것 같은 그의 입담에 끌려 내년 대선에서 어떤 지도자에게 국민이 마음을 열까, 호기심성 질문을 던져보았다. 의외로 그는 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부터 ‘앞으로 사람들이 어떤 유형의 지도자를 원할까’ 학자적 관심을 가지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노 전 대통령보다는 세련되고 진중한 느낌의 지도자가 ‘먹힐 것 같다’는 예감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부상하리란 예측을 했단다. 당시 문 이사장이 전혀 정치에 관심이 없어 보였기에 이런 결론을 도출하고도 스스로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요즘 그가 무섭게 뜨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 심리의 또 한 자락을 제대로 해석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단다.

“사람들이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돌려 “내 안의 문제를 풀고 싶어” 시작한 심리학 공부. 그 기저엔 어릴 때부터 “남과 달라” 이 바둑판무늬 같은 획일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사했던 ‘다름’의 생존전략이 자리한다.

“자라면서 늘 ‘넌 왜 그렇게 다르냐’란 말을 듣곤 했다. 속으론 내가 재미있거나 관심 있는 걸 할 뿐인데 왜 그걸 가지고 구박하나 생각했다. 어머니가 내게 화날 때 하시던 말이 ‘저 녀석은 왜놈의 피를 받았나’였는데, 이 말은 경상도 사람에겐 가장 큰 욕이다. 이런 비난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좋은 성적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바이벌을 위해 공부한 셈이다. 이젠 이 ‘다른 것’을 포기하면 죽을 것만 같다(웃음). 그 다름이 통합되는 사회여야 비로소 우리가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아닐까.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이고 의미다.”

그의 다름의 역사는 꽤 오래 전이다. 1997년 국내 사회과학자 중 유일하게 사이버 공간에서의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관련 학자들이 적극 동참해 차곡차곡 연구 성과를 쌓았다면 이 분야를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아쉬움이다. 2010년, 2011년 연이어 한 방송사의 신년 기획 ‘나는 한국인이다’ 3~4부작부터 ‘출세만세’ ‘짝-애정촌’ 기획의 기본 틀 구성에 참여했고, 이번 ‘한국인의 심리코드’ 출간을 계기로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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