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단계에 맞춘 프로그램 절실
그동안 결혼이주 여성을 돕기 위해 그는 연구와 실천 양쪽에서 빠듯한 경제사정과 낯선 한국생활, 자신감 결여 등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던 이주 여성들에게 자아실현 기회를 제공하는 조용하지만 큰 힘을 보태왔다.
김 신부는 사실 이번 동경민씨 잔치의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동경민씨가 상을 받게 된 것도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을 잔치가 마련됐다. 동경민씨는 잔치를 통해 마을사람들과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이날 마을 잔치를 제의한 의미와 성과를 설명했다.
평소 한국의 다문화정책이 동화정책 논리에 따르고 있다며 비판을 가하던 그의 요즘 최대 걱정은 양적으로 팽창하는 다문화 정책의 비효율적 측면이다. “한 기관이 전담해 다문화 관련 정책을 체계화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기관마다 유사하고 단기적인 정책을 내놓는 실적 위주의 경쟁은 예산낭비, 인력낭비”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앞으로 다문화 정책은 이주 여성의 정착 단계에 맞춘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착 단계는 결혼과 가족 형성기, 자녀 양육기, 자녀 역량 강화기, 사회활동과 재취업기 등 4단계에 맞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다문화 정책은 갑자기 증가한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혼이주 여성 1세대 중 이제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사회활동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장기적으로 이들의 생애주기를 생각하는 정책 제시가 필요한 것.
김 신부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색깔로 다른 민족을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며 “서로 질문을 하고 그것에 응답해 대화로 이끌어나가는 소통의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연구와 실천을 연계해 결혼 이주 여성들이 공동체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