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임안나 개인전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군사무기를 게임이나 영화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함으로써 실제 전쟁의 참사나 두려움 앞에서 느끼게 되는 무기력함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을 마련한다. 실제 군사무기를 아름답게 조명하거나 장난감 병정들을 음식과 조합하는 방식으로 전쟁의 모호한 순간을 극대화하고 있다.
‘리스트럭처 클라이맥스’(Restructure of Climax) 시리즈는 실제 군사용 비행기와 탱크에 촬영용 조명을 화려하게 비추는 모습 자체를 담았다. 이는 군사무기가 지닌 엄청난 파괴력과 잔인함을 상기시켜 현실감을 높이면서도 스포트라이트로 인해 아름답게 빛나는 무대의 주인공처럼 보이도록 한다는 점에서 허구와 비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미술평론가 유진상(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 씨는 “임안나의 사진들에서 무기들은 밝은 조명을 받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이들은 화려한 조명과 무대처럼 보이는 공간의 연극적인 분위기에서 극히 사실적인 모습으로 공개돼 있는 심미적 대상의 가장 이상적인 자태처럼 보인다”며 “그것들은 운명적으로 죽음과 파괴에 이르는 것들이지만, 사진은 그것들을 기억으로 바꾸고 정지시킨다. 사진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일인 것”이라고 평했다.
‘로맨틱 솔저’(Romantic Soldiers) 시리즈에서 하얗게 탈색된 공간과 실제 컬러를 살린 음식과의 색상 대비는 무표정한 음식과 역동적인 병정들 간의 표정 대비와 더불어 전쟁의 두려움과 비극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전쟁이 남긴 분단의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과 함께 전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임안나의 전시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아트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738-7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