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인지 통계는 우리나라의 여성 지위와 양성평등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과 같은 각종 국제기구가 회원국의 상황을 집계해 발표하는 국제 성 인지 통계는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용하다. 이들 국제 성 인지 통계를 통해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와 양성평등 상황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평등 분야의 국격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국제 성 인지 통계를 통해 가능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국제 성 인지 통계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감안해 매년 여성주간을 맞아 OECD에서 발표한 각종 통계를 재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여성정책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지위와 양성평등 상황은 실망과 희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컨대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는 38.8%로 남녀 임금격차를 파악할 수 있는 26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OECD 회원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평균 4.7%포인트(p)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의 감소폭은 2.0%p로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9년 현재 우리나라 30~34세 여성의 고용률은 50.1%로 OECD 평균 63.4%보다 13.3%p 낮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함께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이와 같은 OECD 통계는 우리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OECD 통계가 실망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즉, 2008년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는 1985년 51.9%에 비해 13.1%p 감소한 것이다. 지난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가 완화돼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07년 현재 우리나라 35~44세 고학력 여성의 연평균 소득이 동일 학력, 동일 연령대 남성 소득의 84%로 OECD 회원국 평균 71%에 비해 13%p 높다. 이것은 또한 학력 및 연령별 남녀 소득을 비교할 수 있는 2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즉, 30대와 40대 여성 고학력자의 낮은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이들 고학력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남성에게 근접한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OECD 통계가 보여주는 실망감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까?

최근 OECD가 발표한 ‘한국을 위한 사회정책 보고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보고서에서 OECD는 우리나라의 사회통합과 성장을 위해 양성평등을 강조했다. 그리고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확대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일·가정 양립을 제안했다. 공교롭게도 양성평등과 일·가정 양립은 공정사회 실현과 출산율 제고를 위해 여성정책연구원, 정부, 여성단체가 강조해 온 열쇠말(Keyword)이다. 희망의 열쇠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따라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남녀가 공평하고 행복하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만이 희망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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