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당령 - 석두봉(982) - 화란봉(1069) - 닭목재(강원 강릉 왕산면 대기리)

총 14.15㎞, 6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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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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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열흘쯤 앞서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마도 장마지만 사흘 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생해 한반도로 북상하기 시작한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이번 주말은 전국에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예보되어 있다. 할 수 없이 애초에 계획했던 경북 문경의 하늘재-차갓재 구간 대신 비교적 짧고 평탄한 삽당령 구간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예상 소요 시간은 12시간에서 6시간으로 절반이나 줄어들었지만, 그 6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빗속에 산행을 해야 할 터다.

우기 산행의 안전 지침으로는 방수와 투습 기능을 갖춘 의류를 활용해 저체온증에 대비하라, 위험한 협곡과 산사태에 주의하라,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열량이 높은 간식을 충분히 챙기라 등이 있지만, 눈에 보이는 준비물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채비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우비 속에 갇힌 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고독과 축축하고 퀴퀴한 불쾌감을 이겨내는 인내에 대한 다짐이다. 비옷을 입고 스패츠를 하고 스틱을 단단히 조인 채 버스에서 나서며 앞으로 6시간을 견딜 마음의 각오를 다진다. 그 역시 색다른 재미이자 별난 즐거움이라 여기면 우중 산행도 나쁘지 않다.

아들아이는 오늘 후미 대장을 맡았다. 등반 인원이 10명 이상인 등산대에는 선두와 후미를 책임지고 담당할 사람이 필수인데,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선두보다 후미 대장으로 더 산을 잘 타고 노련한 이를 배치한다. 후미 대장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고와 낙오 등에 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기 페이스대로 가지 못하기에 체력 소모와 피로감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산행 때마다 선두에 중2, 후미에 중3 한 명씩을 세우고 있는데, 물론 부모들이 조력하기는 하지만 아이들도 ‘대장’이란 이름에 은근한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갑자기 코스가 바뀌는 바람에 지도 분석을 치밀하게 하지 못한 아이는 영 마뜩찮은 표정으로 무전기의 작동을 확인한다.

산행 시작 때 보슬보슬 내리던 비는 석두령을 넘어서면서 점점 거세졌다.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면 ‘슬리퍼 코스’라고 좋아라했을 게 분명한 기복 없는 능선을 빗속에 말없이 따라가다 보니 좀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맛에 백두를 한다!”던 아이들까지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걸 보니 안쓰러웠다. 악천후를 뻔히 알고도 산행을 신청한 열대여섯 명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백두대간 종주의 ‘정예 멤버’들이다. 다음 주가 지나면 기말고사가 시작되지만, (이걸 대견하게 여겨야 할지 속상해해야 할지) 백두 때문에 시험공부를 못 한다고 투덜대는 녀석은 하나도 없다. 학교를 결석할 정도의 심한 감기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미열이나 기침쯤은 간단히 무시한다. 지금껏 30차례 산을 탄 경력이 공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듯 아무리 힘든 구간에도 큰 불평불만이 없다. 처음 종주를 시작했을 때 산멀미를 호소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결국 내려올 산을 낑낑거리며 오르는 것은 ‘미친 짓’이 분명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던 일을 생각하면 아이들은 정말 놀랄 만큼 훌쩍 자랐다.

 

사진=서혜준
사진=서혜준
그런데 아이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채운이는 지난번 산행기에 친구 하윤이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우리의 작은 성장에 너무 자만하고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고 물었다. 아이들 스스로 성장은 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2 솔희 엄마와 지혜 엄마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온실 속의 잡초’라는 말이 나왔다. 부모들이 목적의식적으로 체벌과 사교육이 없는 민주적인 대안학교라는 온실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잡초처럼 치열하게 자신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 제기였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인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 ou(no)와 topos(place)의 합성어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을 꿈꾸지 않고 현실에만 붙매여 산다면 인간의 삶은 천하고 경박해질 수밖에 없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채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그것이 내가 사교육 포기 각서를 쓰고 이우학교라는 곳에 아이를 보내면서 꿈꾸었던 전부다. 하지만 이우학교가 공교육 ‘혁신학교’의 모델로 떠오르면서 유명세만큼 오해와 편견에 휩싸이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이우학교를 ‘귀족 학교’라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학업과 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리라고 섣부른 기대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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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금 말하건대, 이상향은 애초에 없다. 내 아이가 다니고 있고 내가 교육의 일주체로 참여하는 이우학교는 (부모들 중에 유명인이 좀 많은지는 모르지만) 귀족들의 자제들만 모인 학교도 아니고, (대안교육을 표방하는 다른 학교보다 학업의 비중이 더 크긴 하지만) 자유로운 학풍 속에 성적까지 좋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학교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는 학교에 만족한다. 아이에게 학교가 좋은 이유를 대라니 세 가지를 말한다.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밥이 좋다고. 또한 아이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우학교 입학의 키워드를 ‘눈물’이라고 말한다. 입학 전형 중에 포함된 면접에서 아이가 울든지, 부모가 울든지, 선생님들을 울리면 합격할 수 있다고. 작년 한 해 사춘기의 질풍노도를 통과하며 아이들이 쓴 글들을 모은 문집을 보고 나는 이 ‘눈물’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다. 어린 나이에 겪은 부모와의 영이별, 조손 가정, 한 부모 가정, 가족의 자살, 아버지의 출가, 부모의 실직… 놀랍도록 솔직한 아이들의 글 속에는 상처를 견뎌낸 빛나는 눈물이 오롯이 배어 있었다.

함께 하는 산행을 통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자식에 대한 거의 본능적인 부모의 욕심 때문에 보지 못하는 힘, 의지, 견딜성, 배려, 자연에 대한 사랑 등이 걸어온 길 곳곳에 돋을새김 되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가 믿어주는 만큼 더 크게 자라날 수 있다. 나는 저마다의 개성과 상처를 가진 저 아이들이 참 좋다. 아이들이 이제는 더 이상 키도 발도 자라지 않는 나를 키운다. 신발과 옷의 사이즈는 변치 않을지언정 마음까지 고만큼에 머물러서야 되겠느냐고, 세상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우쭐우쭐 자라나는 아이들이 나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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