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경관 선정 앞두고 제주 홍보에 박차

 

“주말마다 아이를 안고 컴퓨터에서 작업하는 일이 다반사죠. 급하면 사무실에 데려가기도 하고요. 마감이 코앞인데 아이 돌보미가 감기가 걸렸다며 아이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좀 쉬고 싶다고 하기도 하죠. 그럴 땐 하도 다급해 동네 목사님이나 80세 된 권사님께 아이를 맡긴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생각하죠. 내가 참 뭘 몰라도 한참 몰라 이 일을 시작했구나 하고요(웃음).”

11월 세계 7대 경관 선정 투표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북미,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영어권과 중어권 지역에 제주를 적극 알리고 있는 송정희(40·사진) ‘제주 위클리’(The Jeju Weekly) 발행인. 여느 워킹맘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어·중국어 주간신문을 발행하는 사령탑이라는 것이 좀체 실감나지 않는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지자체나 다른 어떤 기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개인의 힘으로 이 두 매체를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남편 김경호 제주대 교수(언론홍보학)를 빼놓을 수 없다. 유자로 유명한 전남 고흥 출신인 그는 동향 모임에서 여수 출신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5년간 유학하며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 후에 제주대에서 교편을 잡은 남편을 따라 제주대에서 영어 강의를 하곤 했다. 그러다가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 각종 홍보물이 너무나 “박제화”돼 있는 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하기 시작, 부부가 합심해 “벤처기업 창업을 하듯” 영자 신문을 발행하기에 이른다.

“우리의 생존 전략이요? 아마추어라 기존 언론이 가지고 있는 통념 혹은 관행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거죠, 뭐(웃음). 더구나 요즘 제주를 좋아해 여기서 터를 잡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나날이 느는 것을 실감해요. 우리 신문은 제주를 사랑하는 이런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며 초절감 비용으로 발행한답니다.”

그렇지만 그의 말처럼 그렇게 물 흐르듯이 쉽게 신문이 나온 것은 아니다. 신문 창간을 앞둔 2009년 5월 신생아였던 딸을 의료사고로 잃는 슬픔을 당한 그는 이후 6개월간 “신이 내게 왜 이런 형벌을 주나” 원망도 했지만 한편으론 일단 창간한 신문을 버텨내느라 온 힘을 다 쏟았다. 덕분에 그 긴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다. 지인들은 부부가 무모하게 신문을 창간했다며 석 달도 못 버텨낼 거라 손사래를 쳤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남편 월급을 몽땅 털어 4000만원으로 시작한 신문사도 6개월 만에 1억원을 까먹게 됐다. 9개월여를 구독이나 광고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신문사를 지탱하던 이들 부부는 급기야 폐간을 잠정 결정했지만, 그동안 온라인에서 신문을 보던 외국 독자들이 제주도청에 신문을 살려달라고 서명 운동을 벌였다.

현재 신문사는 10여 명 내외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편집장 등 주요 자리에 상근직 3명을 배치했다.

“기자 조직을 운영할 때 그들 대부분이 한국도 잘 모르고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이라 취재원 접촉부터 통역, 길 안내에 이르기까지 기자 1명에 달라붙어 남편과 내가 비서 역할을 해야 했어요. 한편으론 육지인·여성·긴 가방끈, 이 세 가지 선입견을 딛고 이곳 사람들과 통하기 위해 애썼죠.”

그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는 기사는 지난해 4·3항쟁을 기념해 낸 특집 기사. 당시 곳곳에 수소문 해 시카고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 학자가 4·3항쟁에 대해 쓴 논문을 입수해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학자 역시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가족의 비극사 때문에 4·3항쟁이 불러온 비극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올해는 그에게 특히 각별한 해다. 그동안 신문 발행을 위해 그와 함께 동분서주하느라 연구 활동에 늘 갈증을 느끼던 남편을 “실컷 공부하라”고 미국으로 안식년 휴가를 보내줬고, 올해 초 딸을 입양해 새로운 가족을 이루었다. 무엇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 중 1위인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중국어 주간신문 ‘제주 주간’을 창간했고, 현재까지 상당히 괜찮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가 꿈꾸는 신문의 미래는 역설적으로 “제주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로 ‘작지만 작지 않은 곳’이죠. 제주의 참모습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동시에 미국의 LA타임스가 LA에 국한되지 않듯이 우리 제주 위클리도 제주를 넘어 세계인이 즐겨 보는 그런 신문으로 만들 꿈을 꾼답니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