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먹는다’는 여성을 성희롱하는 막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강연에서 춘향전을 들먹이며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먹으려 했다”는 발언을 해 비난을 사고 있다.

남성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이런저런 말을 하다 보면 “여자를 꼬셔서 혹은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한 상황”을 표현하면서 “따먹는다”는 말을 한다. 무엇을 따먹는다는 것인가. 다름 아닌 여성의 정조다. 미혼녀의 경우 처녀성이고, 기혼녀의 경우 정절이다. 여성의 정조는 남성에게는 물건과 같은 전리품이고, 그 여성은 남성에게 수탈당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처녀성과 정절은 남성이 여성을 범하면서 빼앗는 것이지만 순결의 의무가 강조되는 상황에서는, 처녀성은 미래의 남편에게서, 정절은 현재의 남편에게서도 빼앗는 것이 된다.

이 표현은 성관계를 남성의 입장에서 먹는 것으로 비유해 먹히는 여성의 처지를 수동적이고 비참하게 만든다.

여성의 온전한 인격을 무시하고 여성을 오로지 정조 개념으로 환원시켜 순결한 여성과 더럽혀진 여성으로 양분화하고, 더럽혀진 여성은 그 과정을 묻지 않고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으로 취급하려는 사고방식이 숨어 있다.

한 남편만 섬긴다는 일부종사(一夫從事)라는 말이나, 열녀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시대 때 정조를 강조하면서 생겨난 말들이다. 여성을 억압하고 비하하던 전근대적인 사고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고 그것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형태로 불쑥불쑥 터져나오곤 한다.

특히 변사또가 춘향이가 수청을 들게 하려고 옥에 가둔 행위는 폭력적인 가혹행위이고 법적으로는 권리 남용에 의한 감금죄를 범한 것이다. “따먹는다”는 가볍고 성희롱적인 표현으로 여성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건전한 성 관념을 훼손시킨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언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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