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 양국 정부 무관심 속에 극빈층으로 전락
“나만 믿어라” 말하던 한국인 아빠들은 어디에…

“마담(Madame 여성을 높이는 호칭), 마담! 여기도 좀 와보세요. 이 집에도 ‘코리안 베이비’가 있어요.”

필리핀 세부 시티 한복판에는 뉴욕의 할렘에 버금가는 도심 속 빈민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 골목을 지나는데 한 집을 지나기가 무섭게 지역 주민들이 기자를 불러 세운다. 이곳은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코피노’(Korean+Filipino)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코리안 베이비’ 골목이다.

빈민가의 판자촌 골목 구석구석을 들어가니 2살 남짓의 잘생긴 사내아이 존 테일러가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보통의 필리핀 아이들에 비해 피부가 하얗고 골격이 큰 것이 영락없는 한국 아이의 모습이다. 엄마 제이레이디 빌라레스(23)는 한국 식당에서 일하던 3년 전 아이의 아빠인 식당 주인과 연애를 시작했다.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는 “낳기만 하면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던 그는 막상 아이를 낳으니 태도가 돌변, 그를 식당에서 해고했고, 현재는 19세의 다른 필리핀 여성과 동거하면서 딸을 낳아 기르고 있다. 빌라레스는 “한동안은 한 달에 2000페소(약 5만원) 정도를 줬는데, 그 여자(동거녀)가 돈도 주지 말라고 한 뒤로는 연락도 오지 않는다. 아이 때문에 일하기도 쉽지 않아 생활비라도 달라고 여러 번 찾아갔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지쳤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체념했다.

대부분의 코피노 가정은 빌라레스의 경우처럼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도 닿지 않거나, 아버지의 신원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스무 살의 알린 바렌토스는 18세 미성년이던 2009년 생계 때문에 세부로 여행 왔던 한국인 남성에게 ‘애인 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녀는 당시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은 아니었지만, 이 일정 중에는 성매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남성은 곧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바렌토스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는 2살 난 여자아이 아키라를 낳아 홀로 키우고 있다. 그녀는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내내 눈물을 보였다. “화가 난 것은 아니지만 창피하다”고도 했다. 아무리 생계 때문이었다지만 어린 나이에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더구나 까치담배 행상을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교육 수준도 매우 낮아 직업을 찾기도 쉽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김현순 한인협회 여성정책국장은 “코피노 아이들은 한-필 양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채 극심한 빈곤 속에서 힘겹게 성장한다. 더구나 국적 정체성도 혼란스러워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꿈꾸더라도 한국 국적을 갖기가 쉽지 않은 점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코피노는 한국인이 뿌린 씨앗이니 어떤 식으로든 거두고 끌어안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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