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모 필리핀한인총연합회 고문
필리핀한인총연합회 박현모(62·사진) 고문은 “인구 9400만 명 중 70%가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해외이주자도 1000만 명에 이른다”며 “필리핀 여성들에겐 결혼 자체가 ‘일자리(job)’”라고 말했다.
박 고문은 최근 한국인과 결혼한 사촌과 친척의 중매로 국제결혼 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결혼이 성공하려면 상대국의 정서적·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가족주의인 필리핀에선 남자든, 여자든 해외 취업을 나가면 고향의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가족을 돕지 않을 경우 이웃에서 오히려 욕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필리핀 이주여성이 친정에 돈을 보내는 관습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고문은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경제 기적을 이룬 한국에서 사는 것을 수입원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에는 혼혈이 손해가 아니라는 혼혈문화, ‘할로 할로(Holo Holo) 문화’가 있다. 또 결혼을 안 해도 아기를 낳으면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어느 조직이든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되레 ‘매 맞는 남편’이 사회 이슈가 될 정도죠. 한국인 남편이 반드시 알아야 할 문화가 있어요.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더 참을 수 없어 한다는 거죠. 필리핀에선 남자가 여자에게 고함을 지르면 마치 뺨을 때린 것처럼 느끼거든요.”
박 고문은 “국제결혼이 상업화되면서 돈을 노리고 장삿속으로 중개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한국과 필리핀 양국이 무료 비영리 결혼중개 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두 나라 지원을 받는 NGO나 여성단체가 비영리 결혼중개를 하고, 결혼 후에도 가족 상담과 부부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