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임금 입증 책임은 ‘사업주’에 있음을 분명히 해

지난 4월 28일 대법원에서는 남성에 비해 차별적으로 적은 임금을 지급받은 여성들에게 사업주는 차액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됐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관련한 소송에서, 혹은 사업주의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동일 노동에 대한 여성의 임금차별을 인정받은 결과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여성에게 차액을 지급하라는 이행판결이 선고된 것은 국내 최초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0 한국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36.5%로 나타났다. 실제 여성이 받은 평균 임금은 195만2000원으로 남성(307만2000원)보다 월평균 112만원가량 덜 받고 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심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성들이 차액임금을 요구하는 소송 자체가 극도로 적거나 없다시피 하는 이유는 이미 정해진 대로 지급받은 급여에 대해 급여를 정한 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사후적으로 다투기 부담스러운 면과 함께, 무엇보다 과연 동일 노동에 종사했는지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입증 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용자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에게 본질적으로 다른 작업 조건에서 근무했다고 허위 주장을 하거나 혹은 남성이 우세한 체력 등의 이유로 추가적인 근로나 특수 영역에서 더 많은 근로를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다.

거기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만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 조항만을 근거로 차별당한 사람이 사업주에게 차액을 달라고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지, 된다면 차액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의 1심, 2심 판결은 입증 책임이 사업주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 임금격차가 남성과 여성 근로자의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 조건의 차이 등에 대한 직무평가나 직무분석에서 도출된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입증이 부족하므로, 피고 회사는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성별을 이유로 원고들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귀착한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헌법이 근로의 권리는 규정하고 있고 특히 여성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 및 차별 금지를 선언한 점, 남녀고용평등법이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모집과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정년, 퇴직, 해고 등에서는 남녀의 차별을 소극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임금에 대하여는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규정해 적극적·능동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당연히 사업주에게 차액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 기준에 대해서는 법에 아무런 정함이 없는 관계로 입사 시기가 가장 비슷한 남성 근로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차별 임금에 대한 승소 사례가 생긴 것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대리인은 ‘이 사건은 사업주가 차별행위로 인해 처벌을 받은 후 제기되어서 형사처벌 자료 등이 있어 노동자 측에서 입증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라는 말을 했다. 일당 3만원 미만의 저임금 생산직 노동자에게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과 관련한 입증 자료를 직접 마련하라는 요구는 무리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적극적인 조사와 감시, 처벌 의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부와 기타 유관 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차별임금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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