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 지역에 위치한 할슈타트는 인구 1100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잘츠카머구트 지역은 70여 개의 호수 마을로 유명한데, 그중 흑진주로 불리는 할슈타트가 최고의 백미로 꼽힌다. 독일어로 잘츠(salz)는 소금, 카머(kammer)는 황제 또는 국가의 보물 창고, 구트(gut)는 소유지 즉, ‘황제의 소금 보물창고 지역’이란 뜻인데 이름에서부터 고대에 ‘소금’과 관련돼 있음을 말해준다.
사료를 들여다보면 고대 알프스 지대는 산이 아닌 바다였는데, 지각변동으로 융기하면서 남은 바닷물이 호수를 이루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물은 증발하고 소금만 남게 됐다. 이후 수백 년이 흘러 이 소금이 광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유럽 지역의 특성상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 많아 천일염 제조 또한 어려웠기 때문에 소금광산은 금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이 모여 유럽 각지로 수출되면서 귀중한 소금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도시가 발전하게 됐다. 특히 할슈타트는 기원전부터 소금 생산기지로 소금 무역을 통해 번성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의 소금광산으로 다른 지역보다 일찍 문명이 들어왔는데 지금도 곳곳에 소금 광산의 흔적들이 남아있어 소금광산 투어도 경험할 수 있다.
간이역보다 더 작은 할슈타트 역에서 5분 정도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마을 전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알프스의 신비로운 만년설, 맑은 호수, 넓게 펼쳐진 고원, 호숫가 비탈에 자리 잡은 아담한 마을, 동화 속처럼 아기자기한 건물들, 집집마다 마련된 예쁜 화단과 화분, 중세풍의 교회, 호젓한 산 속의 오솔길, 호숫가의 산책로….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엽서의 한 장면이요, 동화 속 시간 여행을 온 것처럼 아득해진다. 알프스산맥의 거친 암반으로 이뤄진 산과 깨끗한 호수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자연경관에 평화롭게 자리 잡고 있어 완벽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모습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계 최초의 소금광산…알프스의 만년설에 드넓은 고원
한 템포 늦추고, 욕심내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분 좋은 관찰을 시작한다. 시인 김선우는 여행 에세이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에서 이렇게 독백한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힘이 어느 만큼인지 보이기 시작하고 그걸 충전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하게 된다. 예전엔 어딜 가든 나를 꽁꽁 싸매놓은 채 뜨거운 돌을 밟듯이 발을 재게 디디며 낯선 것을 탐험했다. 일종의 대결 의지를 가지고서. 그 낯섦을 내 것으로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는 기묘한 소유 의지가 있었다고 할까.”
필자 역시 욕심내보려 했던 ‘유럽’에서 한 발짝 물러나 할슈타트에 당도하니 그 기묘한 소유 의지를 놓게 된 것이다.
특히 그날은 눈부신 보름달이 한낮처럼 밤을 밝혔다. 아마 이곳에 오래 살다보면 당나라 두보 시인이 여럿 탄생했으리라. 그날 밤을 날 새도록 붙잡고 싶었다. 하늘에 떠있는 달과 호수에 떠있는 달 모두가 마음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한여름 밤의 할슈타트. 어둠이 내렸음에도 할슈타트호에 비치는 짙고 푸른 산의 아름다움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밝아온 아침. 호숫가 물안개가 코끝을 자극하고, 신선한 알프스 공기가 머릿속을 맑게 했다.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하루 반나절 정도면 충분하다. 작은 마을임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호수에 배를 띄우고 신선놀음 한 번 해도 좋고,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도 충분한 곳이다.
여행 정보
스타이나흐-이르트닝-할슈타트(Stainach-Irdning-Hallstatt)행 기차를 갈아타면 아름다운 잘츠카머구트의 호숫가 도시 그문덴과 바트이슐을 거쳐서 할슈타트 호숫가 보트 역에 도착한다. 기다리는 보트를 타서 호수를 잠시 유람하면 할슈타트에 도착할 수 있다. 화폐는 유로(1 Euro=약 1500원), 언어는 독일어. 중부유럽에 위치해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할슈타트의 볼거리는
다흐슈타인 산맥의 짙은 그림자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호수는 마을로 가는 여행객을 설레게 한다. 할슈타트 호수와 집들은 많은 사진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맑고 푸른 호수와 깎아지른 듯한 산자락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산비탈의 집들
할슈타트 호수에 접해 있는 가옥들은 산비탈 쪽까지 늘어서 있다. 오솔길처럼 나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 보면 할슈타트 주택들에서 생활하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주민 모두 인테리어 디자이너처럼 집 안팎을 꾸미는 솜씨가 예술이다. 집집마다 예쁜 꽃, 야생화들로 꾸며져 있어 모두 예쁜 사진의 배경이 된다.
-잘츠산(Salzberg) 전망대
그림 같은 할슈타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할슈타트의 명물 소금광산 투어를 위해서는 전동열차에서 내려 도보로 약 5분간 이동해야만 소금광산 입구와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할슈타트 호수와 건너편 오버트라운도 한눈에 들어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전망대 카페에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할슈타트 소금광산(Salzwelten Hallstatt)
소금으로 유명한 할슈타트의 소금광산 투어는 잘츠산 전망대부터 시작되며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지하 800m까지 내려가는 이 투어는 과거 광부들의 모습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투어를 시작해 소금광산 내부를 체험해 볼 수 있다.
-Pfarre 교회(Katholischen Pfarre Hallstatt )
15세기에 세워진 Pfarre 교회는 무덤으로 둘러싸여 있다. 교회 내 납골당에는 수많은 할슈타트 사람들의 해골과 뼈들이 진열돼 있다. 납골당 입장료 1유로.(http://pfarre.hallstatt.net)
-그뤼너 바움
할슈타트의 대표적인 호텔로서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아담하면서도 별장 같은 실내장식이 아름답고 레스토랑과 펍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추었다. 객실에서는 할슈타트 호수를 바라볼 수 있어서 전망이 좋다
-Cafe Polreich
할슈타트 호수를 눈앞에서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할슈타트 호수에서 잡아 올린 생선 훈제 요리와 육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할슈타트의 중앙거리 세슈트라세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