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이 정치적 손익계산 하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만 안겨준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곧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고 싶다”며 이 대통령에게 민생 경제 긴급 회담을 전격 제안했고, 청와대도 “진정성 있는 대화라면 환영한다”고 화답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지난해 10월에 취임한 이후 대통령과 공식적인 회담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대통령이 소통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여야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가 갖고 있는 권위주의적인 냄새가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 것보다는 여야 대표가 수시로 만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국정을 논의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이 집권 여당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현재 한나라당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구나 반값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회담 의제는 반값 등록금 문제를 포함해 물가, 일자리, 저축은행 사태, 가계 부채, 전·월세 등 민생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번 영수회담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현재 여야가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회담을 위한 회담’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회담 이후 오히려 청와대와 야당, 더 나아가 여야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회담에 임하는 당사자들이 국익 우선이라는 대원칙을 전제로 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담에 임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간에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MB는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와 관련, “정부는 정책을 한 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손 대표는 이번 2학기부터 저소득층 3, 4학년 장학금을 부활시키고, 내년부터 국공립 대학에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과거 경제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 기조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영수회담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갈등만 증폭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험 부담도 없지 않다. 어떻게 보면 이번 여야 영수회담은 여야 간에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준비된 충돌’로 가기 위한 수순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여야 영수회담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정치적 손익계산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손 대표가 4·27 재보선 승리 후 급상승했다 다시 주춤해진 지지율 정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 차원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반면, 대통령이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제1야당 대표를 생색내기용으로 만나주는 것이라면 한참 잘못된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

정치적 여건상 이번 회담에서 무슨 대단한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라면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이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보듬어주면서 국민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 모두 정치적 이해타산에 매몰되지 않는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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