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서강대 교수
고정희 시인 20주기를 맞아 최근 ‘고정희 시전집’에 발문을 쓴 김승희(사진) 서강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이번 국제비교학술대회에서의 ‘고정희 시의 카니발적 상상력과 다성적 발화의 양식’를 발제했다. 그는 “국제비교한국학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념 학술대회로 서거 20주년이 되는 고정희 시인을 잡은 것은 어떻게 보면 두 개의 우연이 겹친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생전 시인과 함께 ‘또 하나의 문화’ 동인 활동을 했던 이소희 학회장의 열정과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발제에서 여성문화의 세례를 노래한 시집 ‘여성해방출사표’(1990)에 주목했다. 이를 모든 공식적인 규범이 전복되고 해체되면서 그동안 억압됐던 다양한 목소리들이 자유롭게 발화되는 현장인 카니발적 상상력의 영역에서 분석했다.
그는 “고정희의 꿈은 유교적 가부장 사회인 한국 문화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모든 이분법적 체제를 흔들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시집이 기존 질서를 뒤집어 난장을 펼치는 카니발의 장(場)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고정희 시인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세계를 자신이 태어난 이후의 세계로 바꾸어 놓은 파워풀한 여성이다. 약간의 비하와 약간의 우대를 섞어 ‘여류시’라고 부르던 여성시를 여성 스스로 자율적인 목소리를 내는 ‘여성주의 시’로 바꾸어 놓았다. 이번 학술대회나 시전집 발간을 통해 고정희가 그렇게도 기대하고 노래했던 ‘자매애’나 ‘우정의 힘’에 대해 참으로 진지하게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