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의 반전에 웃음 폭발…송준근·신보라의 재발견
시청자들 “이제는 어디서 이별할까” 관심 폭발
멜로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지난 16일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방송된 ‘생활의 발견’ 코너의 한 장면이다. 개그맨들은 마치 정극과도 같은 진지한 연기를 펼친다. 이런 내용만으로는 도저히 웃기지 않을 것 같지만 관객들은 폭소를 참지 못한다.
우선 이별 장소가 닭발집이라는 것부터 반전이자 웃음의 단초가 된다. 여자는 “지금 와서 이러는 거 오빠한테 큰 상처인 거 알아”면서도 일회용 장갑을 낀 손으로 시뻘건 닭발을 집어먹는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너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사랑하지도 않는 그런 놈한테 왜!”라고 여자를 붙잡다가도 여자에게 “김치 좀 찢게 잡아줘”라고 말한다.
‘생활의 발견’이 어떤 드라마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는 생활 밀착형 개그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비트는 개그로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이뤄 상황과 과정 자체에서 웃음을 주고 있는 것. 중국집 편에서는 이별의 순간에도 배달 음식 포장 랩 문질러 벗기기, 젓가락 비비기, 쿠폰 모으기 등의 행동을 자연스레 선보여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극을 이끄는 남녀 주인공도 ‘송준근·신보라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7년 KBS에 공채로 입사한 후 ‘느끼남’ 캐릭터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송준근은 이번에도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남자의 자격 합창단’과 개콘 ‘슈퍼스타 KBS’를 통해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바 있는 신보라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연기력까지 검증받았다.
관객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이번에는 어디서 이별할까” 등의 댓글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아이디어 제보도 이어진다. “얼마 전 군대에 있는 조카 면회를 다녀왔는데 면회소 옆 테이블에서 여자친구랑 싸웠는지 심각하게 얘기하던 일병이 선임이 지나가니깐 벌떡 일어나더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상황이 개그 소재가 될 수 있겠다 싶다”(아이디 q980405)거나 “나이트클럽에서 헤어지는 연인도 재밌겠다. 댄스 음악, 블루스 음악에 따른 상황 연출이나 즉석 만남을 권유하는 웨이터와의 에피소드도 기대된다”(surpin) 등의 참신한 제안이 잇달았다.
“진지하고 심각해야 할 이별 상황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줘 공감 개그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생활의 발견’. 삶 속 소재들을 솎아내 다시 ‘조리’를 시도해보는 이 코너가 삶의 진실로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다가갈지 주목해본다.